2012년 10월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 내 한 중공업 공장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졌다. 사진은 당시 사고 현장 모습.

노후 산업단지가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 한국의 산업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지만 노후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반도체, 스마트폰 같은 세계적인 IT 기술을 자랑하는 한국이지만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인 산업단지 안전사고에는 무방비 상태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산업단지 17곳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28건으로 집계됐다. 노후 산업단지 17곳은 지어진 지 30년 이상된 곳들이다.

정부가 산업단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안전사고는 오히려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11년에 13건이었던 노후 산업단지 안전사고는 2012년에 15건으로 늘었고, 작년에는 28건으로 급증했다.

최근 3년 동안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노후 산업단지는 울산미포단지(9건), 경기 시화단지(9건), 전남 여수단지(9건) 등 3곳이다. 3곳에서 3년 간 발생한 안전사고가 총 27건으로 전체 노후 산업단지 안전사고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외에도 전남 대불단지(7건), 경북 구미단지(6건), 경기 반월단지(5건), 울산 온산단지(4건) 등에 매년 1건 이상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3년간 노후 산업단지 안전사고 건수

문제는 노후 산업단지에서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노후 산업단지 자체가 급증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급격하게 산업화가 진행됐다. 이 때문에 노후 산업단지 기준으로 보는 공단 설립 30년을 넘기는 산업단지가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지난해 분석한 노후산업단지 현황에 따르면, 1989년 이전에 실시계획승인을 받은 산업단지는 전국에 66곳에 이른다. 전체 산업단지 555곳의 12.2%에 불과하지만 조성면적이나 가동업체수, 종사자수로 비교하면 노후 산업단지의 비중은 확 늘어난다. 전체 산업단지 조성면적 721㎢ 가운데 노후 산업단지 66곳은 372㎢로 조성면적의 51.6%를 차지한다. 가동업체수 기준으로는 81.1%, 종사자수 기준으로는 72.1%를 노후 산업단지가 차지한다.

노후 산업단지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산업단지 안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단지 관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관리 주체가 많다보니 안전 문제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 일쑤다. 산업안전보건공단 같은 전문기관이 있지만 구미 불산누출 사고에서 드러났듯이 역량이 한참 부족하다. 박창근 시민환경연구소장은 “기업들은 안전관리를 부실하게 하고 있고, 정부는 기업들의 부실한 안전관리를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