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는 최근 2015년부터 구글·애플·아마존 등에서 판매하는 디지털 콘텐츠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기본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한국에서도 막대한 콘텐츠 매출을 올리는 애플·구글 등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지적이 수년 전부터 나오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현행법상으로는 과세하기 어렵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영국 재무부는 2015년 1월부터 자국민이 유·무선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은 e북(전자책), 음악, 영화, 앱(응용프로그램) 등 유료 디지털 콘텐츠 매출에 20%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기로 지난달 결정하고 현재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 중이다. 애플·구글은 앱스토어 같은 콘텐츠 장터의 운영 법인을 룩셈부르크나 아일랜드에 두고 있다는 이유로 영국·독일·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는 부가세를 내지 않았다. 콘텐츠 업체들 역시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 법인을 설립해 콘텐츠를 제공한다. 캘리포니아주는 디지털 콘텐츠에 부가세를 매기지 않는다.

영국 정부가 내년부터 애플·구글 등이 판매하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징수하기로 했다. 사진 왼쪽은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화면.

하지만 영국 정부는 서비스 운영 법인이 해외에 있더라도 영국인에게 콘텐츠를 팔았으면 영국에 세금을 내도록 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로 세수(稅收)가 연간 3억파운드(약 5211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영국 언론은 추산했다. 이 조치는 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세금을 매길 수 있을까. 한국무선인터넷산업협회에 따르면 2013년 구글의 콘텐츠 장터인 플레이스토어는 한국 시장에서 매출을 1조1941억원 올렸다. 애플이 운영하는 앱스토어에서도 7431억원어치 콘텐츠 거래가 이뤄졌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콘텐츠 유통 금액의 10%인 약 1900억원을 부가세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 콘텐츠업체만 부가세를 내고 있어 실제 징수액은 절반 정도에 그쳤다. 기획재정부는 "해외 서버를 통해서 콘텐츠가 판매된 것은 국외 거래로 간주해 국내법 적용이 어렵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SK플래닛은 T스토어에서 콘텐츠를 판매할 때 먼저 세무당국에 부가세를 낸 뒤 나중에 콘텐츠 업체와 이를 정산한다. 같은 가격으로 물건을 팔아도 해외 업체보다 손에 쥐는 돈이 10% 적은 역차별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는 영국처럼 애플이나 구글의 한국지사를 상대로 세금을 걷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 업체들의 한국지사는 "콘텐츠 사업은 본사나 해외법인이 운영해 우리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은 부가세만이 아니라 법인세도 제대로 내지 않는다. 아이폰·아이패드 등을 통해 국내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애플코리아는 회계상으로는 한국지사가 아니라 세율이 낮은 해외법인에서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처리한다. 구글 역시 한국 시장의 검색광고 매출은 아일랜드 법인의 수입으로 잡고 있어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