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수 연구위원

정부가 지난해말 재개발·재건축 규제의 빗장을 풀면서 서울 강남 재건축 사업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강남 주요지역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속속 분양에 나서고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서울 강북 지역의 도시 공간구조는 점점 쇠퇴하는 모습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직후부터 진행된 뉴타운 사업의 취소와 구역 해제작업 탓이다. 서울 강남북 간 불균형은 심해질 듯하다. 강북지역은 2003년 이후 10년 새 땅값이 30% 이상 하락했다. 강북 주민의 재산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박원순 시장이 뉴타운 출구전략을 채택한지 2년이 지났다.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뉴타운·지구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 서울시는 실태조사를 통해 총 606개의 뉴타운·정비구역 중 324개 구역에 대한 조사를 추진해 286개 구역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서울시는 뉴타운 사업을 할지말지를 두고 주민간 다툼이 완화되는 등 긍정적 변화가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 추진위원회 등 추진 주체가 있는 340개 재개발 사업장 중 해산 여부가 결정된 곳은 10%도 안 되는 26개 사업장에 불과하다. 뉴타운 출구전략 기간이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은 314개 구역의 사업해산 여부를 놓고 분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타운 출구전략의 가장 큰 암초는 사업구역이 해제될 경우 그동안 사용한 비용, 즉 ‘매몰비용’을 어떻게 회수하거나 청산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서울시는 지난 2년간 매몰비용 처리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서울시는 조세감면특별법을 개정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한해서 기업이 빌려준 돈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면 이 금액을 손실로 처리해주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법인세율은 22%다. 재개발과 뉴타운 사업에 50억원을 투입한 기업이 이 돈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면 50억원 중 22%에 해당하는 11억원의 법인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입 비용의 나머지(78%)는 기업이 손실로 떠안아야 한다. 과연 얼마나 많은 기업이 매몰비용을 손실로 처리할까.

조합설립 이전 사업추진위 단계에서 사업이 중단된 경우는 더 심각하다. 매몰비용을 처리할 방법이 없는 탓이다. 주민 일부가 개인 부채 형식으로 기업에서 빌린 돈을 과연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정책은 박원순 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민이 사업 계속을 원해도 서울시는 사업을 지원할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전문가 상당수가 강북 재개발의 대안으로 평가하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서울시는 검토조차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뉴타운 출구전략에 집착하기보다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강남 지역은 재건축을 통해 빠르게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공간 구조가 정비되고 있다.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에만 몰두한다면 강북지역의 낙후는 피할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