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박사(맨 왼쪽)는 "취약한 보안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노준형 전 정통부 장관,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 우병현 조선비즈 이사, 데이비드 드 루르 옥스포드대 교수. 이날 패널 토론은 윤영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대한민국 인터넷 역사를 만든 정보기술(IT) 리더들은 우리나라 인터넷 서비스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제로 보안 취약성을 꼽았다.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산업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가는 전환기의 IT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열린 ‘2014 국제월드와이드웹 콘퍼런스(WWW2014)’ 패널 토론에서 전길남 박사(전 KAIST 교수)는 “지금 한국 인터넷의 보안 문제를 개선하면 1조원 혹은 10조원 수준에서 할 수 있지만, 5~10년 후에 하려고 하면 최소 10배, 최대 수십 배 비용이 더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년 전 인터넷 인프라를 깔 때 만든 보안 시스템은 시제품에 가까웠다”면서 “이제 정부보다는 민간이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널리스트로서 IT 정책과 산업을 취재해 온 우병현 조선비즈 이사도 “과거 한국의 정부 정책은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추진됐지만, 이제는 민간 사회에서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식의 ‘바텀업(bottom up)’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나서 또 규제를 만들면 문제가 꼬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리스턴 맥아피 구글 이코노미스트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는 출범 전까지 아무도 예측 못 했던 서비스이지 않느냐”면서 “정부가 개별 사업체들이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정책 외 다른 역할은 자제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사실 액티브엑스를 사용한 공인인증서를 개선하는 것은 행정 조치를 취하여 해결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안을 위해 빠르고 편리한 인터넷을 얼마나 양보하는가 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이는 새로운 갈등 조정 시스템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 인터넷 업체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는 ‘개방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의 원조격인 싸이월드 창업자다.

그는 “과거 싸이월드를 포함해 인기 인터넷 서비스들은 자신들의 자원을 개방하지 않았다”면서 “우리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다양한 방식으로 제3자에게 자원을 공개하듯이 인터넷 비즈니스는 개방할수록 가치가 커진다는 걸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면서 깨달았다”고 말했다.

해외 패널로 참석한 데이비드 드 루르 옥스포드대 교수는 한국이 공공 데이터를 개방한다는 점에서 선진국에나 개발도상국 모두 배울 만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공공 데이터 개방에 반대 움직임이 있어 사회적 합의가 안 되고 케냐는 정부 주도로 지나치게 빨리 데이터를 개방하고 있다”면서 “이들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 정부는 체계적으로 변화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날 패널 토론은 윤영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WWW2014는 웹에 대한 기술· 연구 결과·표준· 서비스 등 광범위한 분야를 총 망라한 국제 학술대회로 오는 11일까지 진행된다. 올해 행사는 국제 월드와이드웹 운영위원회 (IW3C2)·KAIST·국가기술표준원이 공동 주최하며 조선비즈와 조선일보가 후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