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한미선

국내 10대 그룹의 수익 지속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그룹을 제외하면 재무 관련 지표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 지표인 이자보상배율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이 우려할만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 기업이 이자를 갚을 수 있는 지를 보는 것으로 1배 미만이면 벌어들인 돈보다 이자비용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7일 조선비즈와 우리투자증권이 지난해 국내 10대 그룹의 금융사를 제외한 상장사 84곳의 실적을 바탕으로 수익성에 따른 재무 관련 지표를 산출한 결과, 4분의 1인 21곳은 이자보상배율이 1배에도 못미쳐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상태였다. 전년(11곳)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또 32개사의 ROE는 국내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인 2.6%에도 못미쳤다. ROE는 자본을 투자해 어느 정도 이익을 올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ROE가 10%라면 1000원을 투자해 100원의 수익을 냈다는 뜻이다.

◆ 10대그룹 상장사 4분의 1…이자도 못갚아

지난해 국내 10대그룹 상장사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8.9배로 전년의 7.5배보다 나아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수치가 올라간 건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그룹의 선전 덕분이었다.

10대그룹 평균에서 삼성전자를 빼니 5.1배로 떨어졌고, 여기에 현대차그룹까지 제외하니 3.6배로 추락했다. 국내 10대그룹의 ROE는 2010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고도 6.7배 수준을 보였다.

기업별로 보면 문제 기업이 적지 않았다. 한진그룹과 GS그룹은 이자보상배율이 각각 -0.3배와 -0.2배를 기록, 장사한 돈만 가지고는 빌린 돈을 갚을 형편이 못됐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0.6배, 대한항공(003490)이 0배였고, GS그룹에선 GS건설(006360)이 -7.1배를 기록했다.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 그룹은 각각 1.4배와 1.6배로 소폭이나마 이익을 냈다.

우량한 그룹도 계열사별로 보면 천차만별이다. 대표적인 게 삼성그룹. 삼성그룹은 그룹 전체로 보면 45.5배로 여유가 있었지만 삼성SDI(006400)가 -0.8배, 삼성정밀화학이 -3.3배로 부진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40.2배로 추락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조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ROE도 사정은 비슷하다. 10대그룹 상장사의 ROE는 12%로 지난해 12.9%보다 0.9%포인트 낮아졌다. 3년전보다는 5%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여기서도 삼성전자 착시가 있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ROE는 8.3%, 여기에 현대차그룹까지 제외하면 5.3%로 곤두박질쳤다.

심각한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운송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한진그룹은 육해공 할 것없이 ROE가 모두 마이너스였다. 한진해운 -75.3%, 대한항공 -8.5%, 한진 -1%로 투자자 손실이 컸다. 포스코플랜텍(-74.1%)과 삼성엔지니어링(-54.5%), SKC솔믹스(-45.2%)도 투자 대비 반토막의 실적을 거뒀다. 상장된 전계열사에 걸쳐 ROE가 고루 플러스로 나온 곳은 현대차그룹 한 곳에 불과했다.

◆ 한진그룹, 부채비율 720%, 10대그룹 순차입금도 늘어나

삼성과 현대차, SK를 제외한 나머지 10대그룹 상장사의 순차입금 규모도 증가했다. 2012년 22조2436억원이던 포스코 상장사의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23조7294억원으로 1조원 넘게 늘었다. 3조8980억원이던 GS그룹의 순차입 규모는 4조2870억원으로 10% 가까이 불었다.

부채비율 역시 대부분 증가세였다. 특히 2012년 628.1%까지 올랐던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700%를 넘어 720.5%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161.3%에서 184.9%로, 한화는 152.4%에서 164.8%로 올랐다. GS그룹은 117.5%였던 것이 지난해 124.7%가 됐다.

10대그룹 상장사 중엔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이 1462.5%로 가장 높았고, 한진해운홀딩스가 1404.2%로 뒤를 이었다. 대한항공(003490)이 736.4%로 1~3위 모두 한진그룹이 차지했다. 뒤를 이어 포스코플랜텍(565.2%), 삼성엔지니어링(554.6%), 롯데그룹의 현대정보기술(340.5%), SKC솔믹스(337.5%), GS건설(293.4%)순이었다.

삼성전자의 실적호조에 눌려 수익성 면에서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던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들은 그래도 재무 건전성은 양호한 편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계열사의 부채비율은 100% 안팎이었다. 삼성전자가 42.7%에 불과한 것을 비롯, 삼성SDI와 삼성전기(009150), 에스원, 삼성정밀화학, 크레듀 등은 100% 미만으로 빌린 돈보다 자기자본이 더 많았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산업구조 패러다임이 바뀌다보니 구조적인 변화를 하지 못한 기업들이 결과적으로 어려워졌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갈수록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