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출시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리니지’가 16년 만에 스마트폰 게임으로도 출시됐다. 리니지는 지난 2008년 말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는 오래된 게임이다. 지난 1998년 9월 태어났다. 사람들이 '펜티엄2' CPU가 달린 PC를 쓰고, 2세대 이동통신 방식 휴대전화기를 들고 다닐 때다. 그리고 15년이 흐른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총 7567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중 '리니지' 매출이 2879억원이었다. 비율로는 38%. 출시된 지 15년도 더 된 구닥다리 게임이 최신 게임들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린 것이다.

리니지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게임은 대부분 오래 전에 사라졌다. 아직 서비스 중이라도 사용자들이 외면해 사실상 죽은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다. 하지만 리니지는 오히려 지금이 전성기다. 이처럼 리니지 인기가 지속되자 엔씨소프트는 지난 26일 리니지를 스마트폰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앱 '리니지 모바일 헤이스트'를 출시했다. 리니지의 롱런 비결은 무엇일까?

시스템 대규모 수정 후 이용자 증가

리니지에도 위기는 있었다. 1998년 발매 후 계속 성장하던 리니지 매출은 2002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나온 구형 게임 시스템으로 새로운 게임과 경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말 반전이 일어났다. 서비스 10주년을 맞아 엔씨소프트는 게임 시스템을 대폭 수정했다. 사용자들이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서 불편하다고 지적한 요소를 모두 고친 것. 예컨대, 과거 리니지는 반드시 컴퓨터 전체 화면으로만 즐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다른 프로그램처럼 화면의 작은 창으로도 즐길 수 있다.

또, 리니지 초창기를 주제로 한 서버를 열었다. 과거 게임을 즐기다 떠나간 '휴면 이용자'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비스 초기 유행하던 이용자 간 대결(PvP)용 서버도 열었다.

이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 리니지 매출은 2009년 다시 오르기 시작해 이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12년 게임 내 시나리오 '격돌의 바람'을 갱신한 후에는 신규 및 복귀 이용자가 49만명에 달했다.

리니지로 과거를 추억하는 이용자들

리니지가 긴 시간 인기를 끈 비결은 이용자 연령 구성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리니지 이용자는 99%가 성인이다. 그중에서도 30대 이상 사용자가 72.5%에 달한다.

이들은 리니지가 출시된 1990년대 후반부터 국산 온라인 게임을 접해온 세대다. 이들에게 리니지는 수많은 게임 중 하나가 아니다. 어린 시절 가장 재미있게 즐긴 단 하나의 게임이다. 젊은 시절 들은 노래를 들으며 과거를 추억하는 것처럼, 리니지를 즐기며 옛날을 추억하는 것이다.

리니지 이용자 권도형(31)씨는 10년 넘게 리니지를 즐기고 있다. 젊었을 때는 리니지를 통해 아내를 만났을 정도로 긴 시간을 즐겼지만, 지금은 퇴근 후 "남들이 TV 보는 정도로만" 하고 있다.

권씨는 "내게 리니지는 아내와 같은 동반자"라며 "아내가 추억의 대상이자, 현재를 같이 하고, 미래를 함께 할 동반자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3000만원짜리 검을 못버리는 사람들

리니지가 긴 시간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환금성(換金性)'도 있다. 이용자 대부분이 경제력이 있는 30대 이상이기에, 얻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게임 내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입한다. 즉, 내가 가진 게임 아이템을 언제나 팔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필요한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살 수도 있다.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 아이템베이는 지난 달 리니지에서 사용하는 아이템과 사이버머니를 1339만원에 사고 판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게임 내 최고 아이템 중 하나인 '진명황의 집행검'은 거래 가격이 3000여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한 60대 리니지 이용자가 아이템 강화 시스템인 '인챈트'를 사용해 '진명황의 집행검'을 강화하려다 실패해 아이템이 소멸했다며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아이템 복구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