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형 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최근 3년간 최악의 불황을 겪었던 태양광 산업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태양광 시장인 유럽이 재정 위기에서 벗어나 서서히 성장하고 있고 중국·미국·일본 등에서도 태양광 수요가 급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태양전지의 핵심 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최근 1년여간 40% 넘게 급반등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최근 태양광 산업에서 속속 철수하고 있다. 2010년 태양광 산업이 글로벌 불황기로 접어들 무렵, 경쟁적으로 '묻지 마' 투자에 나섰다가 정작 태양광 시장이 살아나는 시점에서는 누적된 부실을 견디지 못한 채 백기(白旗)를 들고 있는 형국이다. 구조조정을 거쳐 태양광 산업을 재편한 중국 기업들이 과실(果實)을 본격 따먹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한국 태양광 업계는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양광 산업'에서 손떼는 국내 대기업들

삼성정밀화학은 이달 20일 폴리실리콘 합작사 SMP의 지분 35%를 썬에디슨에 매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삼성정밀화학과 썬에디슨사는 2011년 폴리실리콘 생산을 위한 합작사(SMP)를 설립했고 현재 울산에 연간 1만t 규모 생산 공장을 건립 중이다.

두 회사는 당초 새 태양광 시설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었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태양광 산업을 지속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삼성이 성장을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보다는 경영 안정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미국 태양전지 제조업체 헬리오볼트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7600만달러(약 816억원)를 투자해 헬리오볼트사의 지분 47.9%를 매입했지만 치열한 경쟁을 이기지 못해 결국 사업을 접기로 한 것이다.

LG화학도 작년 11월 폴리실리콘 사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보류한 데 이어 향후 투자 계획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철회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LG실트론 회사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워낙 심해 제품을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라고 밝혔다.

포스코에너지도 미국 네바다주(州)에서 추진하던 태양광 발전 사업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에너지는 2010년 말 미국 태양광 전문기업 SECP와 공동으로 어렵게 사업권을 따냈지만 이후 공급 과잉에 시달리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밖에 현대중공업KCC도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철수했고, 웅진홀딩스도 자회사인 웅진폴리실리콘의 상주공장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이정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연구원은 "국내 대기업들이 장기적인 전략 없이 너도나도 태양광에 뛰어든 결과"라며 "'확실한 기술 차별화 없는 중국과의 산업 경쟁은 필패(必敗)'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뛰는 중국…OCI·한화만 외롭게 분투

한국 상황과는 달리 글로벌 시장은 최근 호전 기미가 뚜렷하다.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언한 중국은 태양광 산업을 정책적으로 키우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 일본의 탈(脫)원전 바람도 글로벌 경기 회복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독일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최근 '제2의 골드러시'라는 보고서에서 "2014년 세계 태양광 산업은 중국·미국·일본 등이 수요를 주도하며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태양전지 주(主) 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도 최근 16개월 만에 1㎏당 20달러 선을 회복했다.

글로벌 태양광 산업을 주도하는 곳은 GCL, 잉리, JA솔라 등 중국 기업들이다. 한국 기업 중에는 폴리실리콘 3위인 OCI와 셀 생산규모 3위 한화그룹 정도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 OCI의 경우 중국 기업들의 저가(低價) 공세에 맞설 독자 기술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