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당 시즌이 아님에도 이례적으로 배당을 많이 주는 고(高)배당 주식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주가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은행 이자처럼 확실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배당주에 장기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배당을 실시하는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배당 수익과 함께 시세 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릴 수 있게 된 셈이다.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의결권은 없지만 보통주보다 배당 순위가 앞서고 배당을 더 받을 수 있는 우선주에 대한 선호도 역시 높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처럼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저금리·저성장 환경 속에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배당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걸로 전망한다.

◇고배당주, 주가 상승률도 높아

19일 시장 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주요 배당주 12개의 올 들어 평균 주가 상승률은 15%를 웃돌았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는 3.5% 뒷걸음질쳤다. 보통 연말 배당 시즌이 끝나고 나면 이듬해 초 배당주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는데 최근 들어 이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배당수익률의 경우 12개 주요 배당주들 평균은 5.4%로 작년 우리나라 기업들 평균 배당수익률(MSCI 기준)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정체로 일찌감치 배당주 투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경제가 장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장기 수익률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는 배당주를 배당 시즌과 관계없이 오랫동안 묻어두겠다는 투자 수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10년 연속 배당한 341개 종목의 2000년 이후 평균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 상승률 대비 12배가 넘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보통 기업 재무나 영업 구조가 양호한 기업들이 배당을 꾸준히 한다"며 "그런 배당주를 장기 투자하면 배당에 시세 차익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의결권 대신 배당' 우선주도 인기

작년 1월 초~지난 3일 동안 삼성전자 보통주는 13% 하락한 반면 우선주는 23% 올랐다. 현대차도 같은 기간 우선주 상승률(96%)이 보통주(13%)의 7배가 넘었다.

우선주는 보통주에 있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을 주당 50~100원씩 더 얹어주는 주식이다. 과거 대주주들은 의결권을 행사하고 회사를 지배하는 데 필요한 보통주를 선호했다. 시세 차익을 거두는 데 집중한 개인 투자자들도 상대적으로 배당을 더 주는 우선주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30% 정도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업 지배 구조가 투명해지면서 의결권의 중요성이 떨어진 반면 배당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우선주 주가가 뛰고 있는 것이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간 우선주가 저평가돼 왔기 때문에 기업 이익이 정체되는 한 우선주 가격은 더 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배당의 메리트를 가진 종목들이라 할지라도 실적에 대한 점검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배당에도 불구하고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오히려 배당 수익을 까먹고 손실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평가된 배당주를 선정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배당주 펀드에 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 배당소득은 금융소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산가들의 경우 2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최고 38.5%의 세율이 적용되는 종합과세에 해당된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