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들의 투자 부진과 가계의 소비 부진에 따른 공백을 정부 지출이 일정부분 메꾼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업들의 투자 부진이 심각해 저성장의 최대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13년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비금융법인기업(일반기업)이 투자를 많이 안 하면서 자금 부족 규모는 전년보다 감소했고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소득 만큼 소비를 안 해서 자금 잉여가 증가했다. 반면 일반정부는 정부지출을 늘리느라 자금 잉여가 감소했다.

비금융법인기업의 자금 부족 규모는 설비투자 부진 등 영향으로 2012년 59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39조7000억원으로 20조1000억원 급감했다. 기업들은 보통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하는데, 투자를 별로 하지 않아서 예년보다 빌린 돈이 적었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2009년 56조8000억원, 2010년 56조5000억원에서 2011년 76조9000억원으로 늘었다가 2012년 59조8000억원으로 줄었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 잉여는 2012년 8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87조원으로 3조6000억원 늘었다. 소득이 늘어도 소비를 그만큼 하지 않으면서 남은 돈이 쌓인 것이다. 2009년 83조6000억원에서 2010년 60조3000억원, 2011년 54조9000억원으로 줄었다가 2012년과 지난해 다시 80조원대로 늘어난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가계가 소비를 하지 않으니까 정부가 나서서 정부 지출을 늘렸다. 일반정부는 세수 부진 등으로 자금 잉여 규모가 2012년 23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6조8000억원으로 6조4000억원 감소했다. 정부가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자금 조달이 늘어난 영향이다.

그러나 정부 지출이 기업 설비투자와 가계 소비의 동반 부진을 메꾸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나머지는 경상수지 흑자, 즉 해외의 소비가 역할을 했다. 국외는 경상수지 흑자 영향으로 자금 부족이 2012년 57조4000억원에서 79조3000억원으로 21조9000억원 증가했다.

김영현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자금순환은 사후적으로 결과를 보여주는데, 경제성장률이 2%대인 저성장으로 된 게 결국은 투자와 소비 부진 때문이라는 점이 나타났다”며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나더라도 이게 투자와 소비로 이어져야 성장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2012년과 지난해 성장률이 각각 2.0%, 2.8%로 낮았던 것은 비금융법인(일반기업)의 자금 부족이 2011년 76조9000억원에서 2012년 59조8000억원, 지난해 39조7000억원으로 줄어들고(투자 감소)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 잉여가 2011년 54조9000억원에서 2012년과 지난해 각각 83조4000억원, 87조원으로 늘어난(소비 감소)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지난해말 기준 총 금융자산은 1경2248조원으로 전년말 대비 5.1% 증가했다. 보험·연금 비중은 5.8%에서 6.2%로, 채권 비중이 19.7%에서 19.9%로 늘어난 반면 주식·출자지분 비중은 17.3%에서 17.1%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