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발 업체와 아웃도어 업체들은 새 운동화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기능성 운동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요즘 나오는 새 제품의 대부분은 뛸 때 쓰는 '러닝(running)화'와 걸을 때 신는 '워킹(walking)화'다. 두 운동화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기능은 다르다.

달릴 때와 걸을 때 몸은 서로 다르게 움직인다. 두 동작은 발에 가해지는 압력, 지면에 전해지는 충격 정도, 지면과 발의 접촉 시간, 발목과 무릎의 각도, 신체 중심과 발바닥 압력 중심의 이동 경로에서 차이가 있다. 업체들은 작은 신발에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한 기술을 집약해야 한다. 소재는 물론이고 밑창 무늬에도 과학적인 차별화가 필요하다.

러닝화,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달리기는 발이 바닥에 닿을 때 착지에서 오는 충격을 탄성에너지로 전환해 얻는 추진력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운동이다. 탄성에너지는 물질이 늘어났다가 되돌아가려는 힘이다. 이 과정에서 러닝화는 에너지 손실을 줄여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동시에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해 발과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달릴 때는 땅에 발이 한쪽만 닿기 때문에 발이 받는 충격은 자기 몸무게의 2~3배다. 결국 충격 흡수재를 무엇으로 만드느냐가 핵심 기술이다. 너무 부드러워 탄성이 없어서도 안 되고 너무 딱딱해 발에 무리를 줘서도 안 된다.

그래픽=김충민 기자<br>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아식스는 반도체에 쓰이는 실리콘으로 흡수재를 만들었다. 아식스 관계자는 "달걀이 15m 높이에서 이 소재 위에 떨어져도 깨지지 않는다"며 "달릴 때는 발뒤꿈치 바깥쪽부터 땅에 닿기 때문에 흡수재도 뒤꿈치 바깥쪽에 붙인다"고 말했다.

아디다스는 세계 최대 종합화학회사인 BASF와 함께 '부스트폼'이라는 신소재를 개발해 흡수재로 사용한다. 부스트폼은 고무에 열을 가한 합성고무의 일종인 '폴리우레탄 엘라스토머(TPU)'를 작은 캡슐 모양으로 수천개를 만들어 붙인 것인데, 이 캡슐이 탄성에너지를 저장해 추진력을 높여 빨리 달리게 해준다는 것이다.

리복은 '고속주행용 타이어'에서 영감을 받아 밑창을 만들었다. 리복 러닝화 수석 책임자인 빌 매크니스는 "타이어처럼 가운데가 갈라져 있는 절개 구조로 밑창을 설계해 멈출 때 제어력도 높도록 했다"며 "흡수재는 에어백처럼 공기를 압축해 넣었다"고 말했다.

워킹화, 오래 걸을 수 있도록

걷는 것은 발과 다리의 근육을 사용해 움직이는 것이다. 발이 땅에 머무는 시간이 달릴 때보다 길다. 그렇기 때문에 발을 편안하게 해줘 오래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워킹화의 핵심 기능이다.

걸을 땐 추진력을 높일 필요는 없기 때문에 충격을 흡수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아식스는 충격 흡수재를 발뒤꿈치 중앙에 넣어 충격이 발바닥 전체로 분산되도록 한다. 걸을 때 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는 바닥의 '아치'다. 중력 때문에 몸무게가 발을 누르는 힘을 아치가 전체적으로 분산시킨다. 아치가 없는 '평발'을 가진 사람은 오래 걷는 것이 힘들다. 밀레는 이 아치를 보존하기 위해 가볍고 탄성이 높은 고무 소재인 '파이론'을 사용했다. 밀레 관계자는 "고무의 탄성 소재가 최대한 아치 모양을 유지하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블랙야크는 신축성이 높은 '스크레치 소재'를 사용, 발의 곡선에 신발이 딱 붙도록 해 움직일 때 발이 편하도록 만들었다. 휠라는 밑창에 'X'자 형태 바를 삽입해 압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