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5일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후, 국산 제품의 대미(對美) 수출액이 급증하고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90억달러 정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한·미 FTA가 한국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FTA 발효 후 2년 동안 대미 수출 증가율은 10.3%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수출 증가율(6%)을 웃돌았다"고 14일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도 "2011년 2.57%이던 미국 수입 시장 내 한국산 비중이 지난해 2.75%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품목별로는 자동차 부품 등 수송 기계 품목 수출이 2년간 연평균 17% 증가한 것을 비롯해 화학제품(13.1%), 석유제품(10.4%)도 늘었다. 2016년부터 무관세(無關稅)가 적용되는 한국산 자동차는 FTA와 상관없이 대미 수출이 급증했다. 제품력 향상과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가 겹친 덕분이다.

미국산 승용차의 국내 수입도 크게 늘었다. FTA 발효와 동시에 8%이던 수입 관세가 4%로 떨어진 효과이다.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업체는 물론 도요타·혼다·폴크스바겐 등 미국에 공장을 둔 일본과 독일 업체까지 미국산 차를 한국에서 팔고 있다. 2011년 국내에서 팔린 미국산 차는 1만600여대로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10%에 그쳤으나 지난해 미국산 판매량은 3만대를 웃돌며 19%로 비중이 커졌다. 윤대성 한국수입차협회 전무는 "2016년 완전 무관세가 되면 수입차들이 더 적극적인 판매 마케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농축산물은 수입 줄고 對美 수출 늘어

노무현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시민·농민단체는 소고기 등 미국산 농축산물이 대거 수입돼 한국 농업이 황폐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과 달리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은 최근 2년 동안 20% 넘게 감소한 반면, 국산 농축산물의 대미 수출은 20% 이상 늘었다.

'뜨거운 감자'이던 소고기 수입액도 최근 2년간 10% 정도 줄었다. 미국산 소고기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0.4%에서 지난해 7.2%로 낮아졌으나, 한국산 소고기 점유율은 42.8%에서 50.2%가 됐다. 돼지고기·닭고기 등 다른 미국산 육류 수입도 이 기간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국산 농축산물의 대미 수출 증가도 주목된다. 농축산물 수출액은 발효 1년 전 4억4000만달러에서 발효 2년차엔 5억3000만달러로 21% 정도 늘었다. 남양호 한국농수산대 총장은 "농업 개방이 대세인 상황에서 FTA를 계기로 한국 농축업의 경쟁력을 키우면 충분히 승산(勝算)이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