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클수록 좋다?'
5인치가 넘는 대형 스마트폰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스마트폰은 작을수록 좋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손에 있는 크기로 아이폰을 만드는 집착하면서 생겼던 원칙은 애플마저 차기 스마트폰에서 '4인치' 장벽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MWC에 등장한 스마트폰 신제품만 봐도, 화면 대형화 추세는 뚜렷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소니, 화웨이, ZTE 등이 5인치에서 최대 7인치에 달하는 대형 크기의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놨다. 태블릿PC가 대개 7인치 정도의 크기인 만큼 태블릿 시장 성장세는 주춤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DB>


대형 스마트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애플을 따라잡는 과정에서 화면 크기를 차별화 무기로 내세웠다. 2010년 5월 갤럭시S를 아이폰보다 0.5인치 4인치 크기로 내놨고, 이후 갤럭시S2(4.3인치)·갤럭시S3(4.8인치)·갤럭시S4(5인치)로 시리즈를 진화해 나가면서 크기를 꾸준히 키웠다. 올해 MWC에서 공개한 갤럭시S5 역시 5.1인치였다. 대형 스마트폰 시리즈인 갤럭시 노트 최신 모델(갤럭시노트3)의 경우 5.7인치다.
삼성전자의 차별화 전략은 스마트폰으로 영화 각종 콘텐츠를 즐기는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사용자들의 니즈와 맞아떨어졌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앞다퉈 대화면 스마트폰 경쟁에 가세했다. 이른바 '패블릿(phablet)'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패블릿이란 전화를 뜻하는 폰(phone)과 태블릿(tablet)을 합친 것으로, 스마트폰이 태블릿PC에 준하는 5인치 이상의 화면 크기를 가진 경우를 말한다.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사장은 MWC 2014 개막 하루 전날인 2월 23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대화면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만든 업계 카테고리다. 그쪽에서도(애플 지칭) 여기로 온다고 한다. 대화면 스마트폰은 포트폴리오가 많이 있는 만큼 시장에서 경쟁해봐야할 같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공개한 '미디어패드 X1'. 화웨이 측은 이 제품이 태블릿과 비슷한 7.2인치 화면크기와 전화기능을 갖춘 '패블릿'이라고 소개했다.


올해 MWC에서 중국 화웨이가 공개한 '미디어패드 X1'은 패블릿으로 불리기에 가장 손색없는 제품으로 꼽혔다. 미디어패드 X1은 태블릿PC 크기와 맞먹는 7.2인치 화면크기를 갖고 있다. 리처드 유(Richard Yu)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미디어패드 X1은 (일반적인 태블릿과 달리) 전화가 되는 만큼 '패블릿'"이라고 소개했다. 소니는 5.2인치 크기의 '엑스페리아 Z2'를 선보였다. 중국 ZTE도 6인치의 '그랜드메모 2'를 내놨다.
대화면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수록 장기적으로 태블릿PC 존재는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패블릿이 태블릿 성장세를 잠식하기 시작했다"며 "큰 스마트폰으로 태블릿으로 있던 일도 처리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2014년 패블릿이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 가운데 30%를 웃돌 것이며, 수치는 2017년 5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