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시아 신흥국 증시가 대부분 오르는데 반해 한국 증시만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올 들어 10일까지 코스피지수는 2.82% 하락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 VN지수는 15.87%, 필리핀 PESi지수는 10.47%, 인도네시아 IDX종합지수는 9.18% 상승했다. 인도 센섹스지수(3.77%), 대만 가권지수(0.62%), 태국 SET지수(4.03%)도 작년 말보다 모두 올랐다. (지난 10일 기준)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외국인이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은 지난 1월 1조6387억원을 순매도한데 이어 지난달에도 7037억원을 팔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신흥 아시아 국가 증시에는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정치 불안을 겪고 있는 태국(-10억6900만달러)을 제외한 대만,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에서는 올 들어 외국인의 매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오른 인도네시아의 경우 증시에 외국인의 자금이 8억5500만달러 유입됐다. 인도와 베트남의 경우도 올해 들어 각각 3억5400만달러와 1억3800만달러의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져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증권 전문가들은 신흥 아시아 국가의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외국인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2월 무역수지가 15억3000억달러를 기록하며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1월 외환보유액도 증가하는 등 올해 들어 주요 경제지표의 개선이 두드러졌다. 인도도 올 1월 무역수지 적자폭이 줄어들었고 1월 수출증가율도 전달보다 증가했다. 베트남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 지원책을 내놓고 있고, 2월 수출도 크게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 아시아 국가들의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인식도 외국인 매수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지난해 미국이 양적완화(채권을 매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것)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증시가 크게 출렁인 공통점이 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싸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신흥국 금융시장이 이전처럼 크게 하락할 위험이 줄어들어 큰 폭의 자금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증시의 경우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는 늦지만 외국인이 다시 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한국 증시에서(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총합) 796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배당을 노리고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배당을 받고 나가면서 1~2월 순매도가 이어진 것으로 보고있다”며 “3월말에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 대한 불안감만 해소된다면 외국인 자금이 더 많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