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인터넷이 우리의 일상적인 경제활동의 모든 면에 활용될 때 비로소 그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과 웹이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가장 충격적 변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인터넷 덕분에 전 세계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도 놀라웠는데, 어느새 인터넷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수단으로, 또 거대한 협업의 장이 되고 있다. 상상을 뛰어넘는 변화가 이어지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웹의 미래가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아널드 슈왈츠제네거 주연의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는 군사용 컴퓨터 전체를 묶어 통제하는 ‘스카이넷’이라는 컴퓨터가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 핵전쟁을 일으킨다. 엄청난 속도로 스스로 학습을 하다가 어느 순간 자아를 인지하게 되면서 스스로 판단을 하며 인간과 갈등을 빚는다는 얘기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오디세이’에서도 너무 많은 것을 알고 똑똑해진 컴퓨터 ‘할(HAL)’이 인간을 위험에 빠뜨린다.
우리 시대 천재 중 한 명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낙관적으로 미래를 그린다. 그는 머지않은 시점에 우리 뇌를 포함한 인체 대부분이 컴퓨터와 연결이 되어, 인간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능력과 수명은 초인적으로 확장되는 사람-기계 융합이 일어날 것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과 모든 컴퓨터가 연결되고 생각을 공유하게 되어, 결국은 전 지구가 하나가 되는 ‘단일체(singularity)’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허황해 보이던 이런 상상과 예측들이 이제는 그리 터무니없어 보이지만은 않는다. 인터넷과 웹이 세계를 하나로 묶고 빠르게 변화시키는 현실을 목격하면서부터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 전 세계 스마트 기기 수가 500억 개가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 센서나 스마트 자동차, 스마트 에어컨까지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다. 사람과 기계가 연일 데이터를 쏟아내니 데이터의 양은 매년 두 배 가까이씩 늘어난다. 지금까지 내가 평생을 모은 재산만큼 올해 새로 벌어들인다고 생각해보자. 내년엔 그 두 배, 또 그 후년엔 그 두 배! 요즘 데이터가 쌓이는 속도가 그렇게 빠르다.
데이터는 컴퓨터가 세상을 보는 눈이다. 컴퓨터는 입력된 데이터만큼만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제 날마다 세상 모습 전부가 그대로 컴퓨터에 입력되는 셈이다. 세상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 대가 아니고 수억대의 컴퓨터가 서로 연결된 상태에서 함께 협력하는 것이므로 어떤 힘을 발휘하게 될지 기대도 되지만 두렵기도 하다.
새로운 웹 표준인 HTML5 위에 모바일, 비디오, 소셜 등 종합적 기술표준을 추구하는 공개 웹 플랫폼(Open Web Platform)이나, 정보의 공개와 이를 통한 정부의 공개를 이루려는 공개데이터/공개정부(Open Data Open Government) 노력은 또 다른 미래를 만들 것이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라 불리는 기기 간의 연동에 관한 기술도 미래를 정의할 주요 현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빅데이터 관련 기술과 이를 이용한 개인화 기술,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사생활 보호에 관한 이슈도 우리의 미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들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미래가 될지, 레이 커즈와일의 미래일지, 아니면 전혀 다른 모습의 미래가 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 우리가 집이나 버스 안에서 유튜브에 올라온 뮤직비디오를 즐기고,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사건을 실시간으로 트위터나 블로그를 통해 접할 수 있는 것은, 바로 50년 전에 인터넷의 기초를 놓고, 또 25년 전에는 하이퍼링크로 이루어진 웹의 기초를 놓은 기술의 선구자들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그 뒤를 이어 창의력과 꼼꼼함으로 상상을 현실로 만든 수많은 사람의 축적된 노력으로 이룬 발전이다.당신의 25년, 50년 후도 바로 지금 만들어가는 기술과 혁신으로 이뤄지고 있다. 웹의 미래에 관심을 가지면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 자녀의 미래도 점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