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사모펀드(PEF) 칼라일은 지난 2일 국내 2위 보안업체인 ADT캡스를 2조480억원(19억3000만달러)에 인수했다. 그보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달 12일 국내 4위 보안업체 네오에스네트웍스(NSOK)를 인수했다. 이들은 1위 업체인 에스원, 3위 KT텔레캅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대기업과 대형 투자기관들이 잇따라 보안업체를 인수하면서 국내 보안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들은 왜 보안 시장을 주목할까.

ICT와의 결합을 통한 융합 시너지

보안 업체는 과거 '집 지키는 진돗개'의 이미지였다. 주인(고객)의 집 앞에 있다가 주인이 소리(감지기)를 지르면, 신속히 달려가서(출동) 침입자를 무는(제압) 식의 경호(警護)적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ICT(정보통신기술)가 발전하면서 보안 시장은 '스마트·융합화(化)'하고 있다. 보안업은 보호해야 하는 대상과 보호해주는 곳과의 '교신(交信)'이 핵심이기 때문에 통신과 궁합이 잘 맞는다.

예컨대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초소형 휴대기기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출동 경비 업체에 통보돼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 또 지능형 영상 시스템과 결합하면 가정이나 가게, 작은 공장에 설치된 CCTV가 단순히 주변 영상을 보여줄 뿐 아니라 근처를 서성이는 사람의 행동을 파악한 뒤 출동 경비 업체에 자동으로 통보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지능형 영상 시스템이 더 발전하면 사람이 위험한 물건을 가졌는지까지 파악해 경보를 울릴 수 있다. 방문자가 초인종을 누르면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확인해 집에 없어도 문을 열어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보안 사업은 ICT와의 결합을 통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높은 성장성과 진입 장벽

국내 보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도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KISIA)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물리보안 시장 규모는 5조5300억원, 정보보안 시장은 1조62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8.6%, 2.5% 성장한 수치다. 물리보안은 '출동 경비 서비스'와 같이 침입자를 제압하는 것이고, 정보보안은 컴퓨터 네트워크·시스템 등을 보호하는 서비스로 '해커'를 잡는 것이다.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을 합한 정보보호산업은 올해 8조3416억원을 기록하고, 이후 2017년까지 3년간 연평균 25.8%씩 성장해 14조8135억원에 이를 것으로 KISIA는 전망한다. KISIA 관계자는 "보안 시장은 전통적인 물리 보안에서 벗어나 거듭 변신하면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ICT와 융합하고 있는 보안업은 진입 장벽이 높은 점도 매력적이다. SK텔레콤·KT는 앞으로 전국에 구축해놓은 통신 장비 인프라를 출동 보안 서비스와 연계해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통신 장비 인프라를 전국에 갖추려면 최소 5~6년은 걸린다. 전국 단위로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출동망(網)도 돈을 많이 투자한다고 해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고객의 재산·정보를 지키는 보안업의 특성상 기업이 쌓아온 신뢰의 이미지가 중요한 것도 이미 '터를 잡아놓은' 보안업체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보안업은 처음에는 힘들지만, 한번 자리를 잡으면 외풍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보안업체를 인수할 경우 그룹 내 수십 개 계열사의 보안 업무를 모두 가져올 수 있어서 영업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도 대기업이 입맛을 다시는 이유다.

보안업계에 호재(好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좁은 국내 보안 시장의 한계, 보안에 실패하는 일이 한 번이라도 일어날 경우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고(高)위험 사업군'이라는 점 등은 단점으로 꼽힌다. 유진투자증권 윤혁진 애널리스트는 "국내 물리보안 시장은 어느 정도 경쟁 구도가 고착화돼 순위 경쟁보다는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며 "가정을 대상으로 한 매출이 기업 대상 매출보다 지나치게 낮은 점도 다소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보안

사람의 행동을 감지하는 ‘지능형 CCTV’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를 활용해, 범죄가 일어난 뒤 대응하는 게 아닌 ‘범죄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보안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