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잘 구축돼 초보 운전자라도 처음 가는 길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건물명이나 주소만 입력하면 내비게이션이 실시간 교통상황까지 반영해 길을 안내한다.

하지만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기능은 목적지 주차장에 진입한 순간부터 종료된다. 내비게이션에 입력된 목적지가 건물의 입구나 주차장이기 때문이다. 만약 쇼핑몰 3층의 커피숍으로 가야 할 경우엔 헤맬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들어선 복합 쇼핑몰은 층마다 워낙 많은 가게가 몰려 있고 길이 복잡해 처음 가는 사람은 쉽게 찾기가 어렵다.

앞으로는 건물 안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어려움이 사라질 전망이다. 건물 안에서 옷가게·커피숍·식당 등의 위치를 한 번에 찾을 수 있는 실내 내비게이션 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현대엠엔소프트는 "복잡한 공간에서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는 실내 내비게이션을 연내에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오어진 기자<br>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일반 차량용 내비게이션은 지구 위를 도는 인공위성과 교신해 자동차의 현 위치를 파악한다. 인공위성이 보내는 전파가 내비게이션에 도착하는 시간을 계산해 위치를 판단한다. 하지만 인공위성을 이용한 길 안내 서비스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종료된다. 인공위성이 보내는 전파가 건물 외벽에 막혀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내 내비게이션은 인공위성 대신 건물 안에 설치된 무선인터넷(와이파이) 공유기를 활용한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내비게이션 앱(app·응용프로그램)은 건물의 내부 지도 데이터베이스(DB)와 무선인터넷 공유기의 위치를 미리 파악한다. 사용자가 건물에 들어서서 스마트폰 앱을 켜면 건물 내부 지도가 화면에 뜨고, 무선인터넷 공유기와 연결된다. 무선인터넷 공유기에는 고유번호가 있고 신호의 특성이 다르다. 스마트폰은 어떤 무선인터넷 공유기와 접속했는지 알아내 위치를 파악한다.

대형 쇼핑몰 내부에는 무선인터넷 공유기가 수십~수백개씩 있다. 이는 사용자의 위치를 더욱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스마트폰이 여러 무선인터넷 공유기와 동시에 접속했을 때 공유기마다 신호의 세기가 다르다. 스마트폰과 공유기 간의 거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공유기와 사용자의 상대적 위치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스마트폰이 무선인터넷 공유기 A와 B에 함께 접속했을 때 공유기 A의 신호 세기가 높으면 A에 더 가깝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실내 내비게이션은 마케팅에도 활용된다. 사용자가 커피숍이나 가게를 실내 내비게이션 앱에 입력해두면, 그 가게를 지나갈 때마다 쿠폰이나 할인 행사 정보가 자동으로 날아온다. 안전사고가 났을 때 대피 경로도 안내받을 수 있다. 현대엠엔소프트는 올 하반기에 실내·실외 겸용 내비게이션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엠엔소프트 관계자는 "실내 위치기반 서비스는 경로안내뿐만 아니라 실내 안전, 건물 보안 등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