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매출, 치솟는 주가. 아마존에 없는 것은 수익뿐."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스의 기사 제목이다. 뉴욕타임스는 "온라인 서적 판매에서 출발한 아마존이 와인, 패션 부문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영상 콘텐츠 사업에도 진출했고, 온라인 결제 시장에서 기존 강자인 '페이팔(PayPal)'에 도전장을 내미는 등 끝없는 도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뚜렷한 이익 성장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이 과대평가되지는 않았는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처럼 아마존 매출은 2009년 240억달러에서 2013년 740억달러까지 4년 새 3배 넘는 수준으로 늘었다. 주가는 2009년 말 134달러에서 2013년 말 250달러로 두 배 가까이로 올랐다. 반면 2009년 9억달러였던 순이익은 2012년 3900만달러 적자였고, 작년에는 2억7000만달러 흑자를 내는 데 그쳤다.

매출 대비 순이익이 크게 늘지 않는 것은 대규모 투자 때문이다. 배송 품목을 식료품까지 확대하기 위해 냉장창고를 짓는 등 물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가 한창이다. 해외 진출을 위한 투자도 적극적이다. 연구개발(R&D)과 마케팅 투자 등 판매 및 일반 관리비가 2009년 40억달러에서 2013년 190억달러로 대폭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는 주요 지표 하나를 놓치고 있다고 본다. '선제적 변신'(Preemptive transformation)이다. 실제 이런 지표는 없다. 하지만 1980년부터 2013년까지 산업재, 경기소비재, 통신, 금융, IT 등 변화가 많이 일어난 산업을 분석해 보면, 안정적으로 장기 수익을 창출한 기업들에서 '선제적 변신'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위기가 오면 변신을 추구한다. 하지만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성공하려면 선제적 변신을 지향해야 한다. 아마존을 보면, 업계 재편에 능하다. 아마존은 변화의 희생자가 되기보다 업계 차원의 변화를 주도한다.

1994년 아마존은 미국에서 등장과 동시에 기존 오프라인 출판 시장 판도를 바꿨다. 오프라인 서점보다 저렴한 가격, 신속한 배달과 조건 없는 환불 등을 통해서다. 순식간에 책 시장을 뒤흔든 아마존은 시장 선도자(first mover)의 지위를 충분히 더 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곧 아마존은 스스로 개척한 온라인 도서 판매 시장을 제 손으로 뒤흔든다.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 출시를 통해서다. 2007년에 킨들을 출시한 이후 2011년까지 아마존의 전자책(e-book) 판매 실적은 출판물 판매 실적을 넘어섰다.

그리고 아마존을 전자책 시장 선두에 올려준 킨들은 이제 태블릿 PC로 발전했다. 아직은 '온라인 상거래업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아마존은 또다시 확장을 고민 중이다. 게임업체를 인수했고, 곧 유료 IPTV서비스도 개시한다. 자신의 주무대인 온라인상에서 쇼핑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을 아우르는 '온라인 콘텐츠 업체'로 또 다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 온라인 상거래를 통해 축적한 '빅 데이터'를 인터넷에 연결된 대규모 컴퓨터 서버를 통해 처리하는 클라우딩 서비스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장기적인 업계 동향을 남보다 빨리 감지하고 이를 활용해 최적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과 신시장을 발굴할 수 있는 능력을 접목해 성공을 지속하고 있다. 비즈니스 환경은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그 범위가 커질 뿐 아니라, 갈수록 예측도 어려워진다. 디지털화와 세계화,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피드백(feedback) 등은 기업들의 과거 성과를 뿌리째 흔들어놓고 있다. 서서히 데워지는 냄비 안의 개구리가 물이 끓어오를 때까지 모르고 있다가 탈출하지 못하는 것처럼, 문제를 인식한 뒤 변화를 모색하기엔 너무 늦다. 그러므로 당장 매출 대비 순이익이 크지 않은 아마존의 재무제표에 대한 판단은 미뤄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