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초기 '세테크'펀드로 관심을 받았던 재형저축 펀드가 울상을 짓고 있다.

재형저축 펀드란 지난해 정부가 '서민 목돈 마련'을 위해 만든 재형저축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재형저축 금리는 다른 예금 상품보다 금리가 1%포인트 높은 3.8~4.25% 수준이다. 비과세 혜택도 있다. 여기에 투자하는 재형저축 펀드는 투자자가 금리 수익도 얻고 비과세 혜택도 볼 수 있는 상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오는 3월이면 출시된 지 1년이 되는 재형 펀드는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상태다. 낮은 수익률과 재형저축 펀드와 비슷한 소득공제 장기 펀드 출시 예정 소식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수익률 부진·펀드시장 불황에 인기 떨어지는 재형저축 펀드

재형저축 펀드의 인기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 부진으로 꼽힌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지난 6개월간 재형저축 펀드의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수익률은 2.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의 전체 수익률은 5.7%를 기록했다. 6개월 수익률을 보면 '동양재형베트남적립식증권자투자신탁H호(주식혼합)'이 17.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피델리티차이나컨슈머재형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은 15.9%를 기록했다. 반면 '키움재형글로벌CTA증권 자투자신탁[주식혼합-파생형]'은 -6.9%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동양재형차이나본토주식증권자투자신탁H호(주식)'(-4.1%)과 '삼성재형차이나본토증권자투자신탁1[주식]'(-2.9%)의 수익률도 부진했다.

재형저축 펀드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작년 5월 이후에는 신상품 출시도 끊겼다. 자금 유입도 작년 4월 91억원이 들어온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유입액이 36억원으로 감소했다.

재형저축을 해지하는 사람도 늘었다. 작년 12월 기준 재형저축의 누적 계좌 수는 164만872개로 한 달 만에 9930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가입기간·연 소득 제한 규제가 발목 잡아

가입 대상자에 제한을 둔 것도 재형저축 펀드 인기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투자자가 재형저축 펀드의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7년을 가입해야 한다. 또 연소득이 5000만원을 넘는 근로자나 3500만원을 넘는 사업자는 가입할 수 없게 돼 있다. 목돈이 필요해 펀드를 해지하게 되면 그동안 받은 혜택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장기간 펀드에 가입하는 것을 부담으로 여기는 투자자도 생긴다.

황진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 팀장은 "연소득이 5000만원이 안 되는 사람은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 많은데 이들은 펀드에 투자할 여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소장펀드 출시도 재형저축 펀드에는 악재

오는 3월 17일부터 출시가 예정된 '소득공제 장기 펀드(소장펀드)' 소식도 재형저축 펀드에는 악재다. 투자자가 소장펀드에 가입할 경우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더 많기 때문이다.

소장펀드의 경우 투자자가 연간 최대 6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데, 연말정산 시 40%인 24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는다. 39만6000원까지를 환급받을 수 있다. 재형저축 펀드는 그 두 배(1200만원)를 납입할 수 있지만 환급 규모는 약 7만5600원으로 소장펀드 혜택의 5분의 1 수준이다.

재형저축 펀드의 혜택은 비과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혜택이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원금 손실만 보지 않아도 투자자가 연간 6.6%의 수익을 얻는 효과가 있는 소장펀드로 투자자가 몰릴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측에서도 혜택이 많은 소장펀드로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신상품을 기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