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다 피차이 구글 수석 부사장. 안드로이드를 총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안드로이드에 역량을 쏟고 있고, 구글과 관계는 놀랄 정도로 돈독합니다. 타이젠폰이 나와도 양사간 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개발을 총괄하는 선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2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4에서 국내외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와 관계는 정말 돈독하다”며 “앞으로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 부사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안드로이드 생태계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인물이다. 피차이는 타이젠폰이 출시되면 삼성-구글 간 관계가 시들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삼성전자가 타이젠폰을 만들든, 윈도폰을 만들든, 우리의 목적은 안드로이드를 ‘최고의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가 봤을 때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에 최선을 다해주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다른 폰을 낸다고 해도 전혀 갈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글이 ‘스마트 워치’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계획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기반으로 해서 스마트 워치를 출시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고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구글 앱 선탑재를 강요했다’는 최근 보도에 대해 묻자 “안드로이드는 오픈 플랫폼이며 구글 앱을 탑재해야만 안드로이드를 쓸 수 있다고 조건을 내걸은 적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파트너사들에 선탑재를 요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우리가 협력하는 파트너사들과 우리 서비스를 어떻게 적용할지를 정하는 어떤 원칙들이 있기는 하지만, 계약 기밀이기 때문에 밝힐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만에 하나 우리가 구글 앱을 실어달라고 요청한다고 해도, 우리는 절대 구글 앱에 대한 독점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 구글이 안드로이드와 관련해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독점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결정이 이미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국내 포털업체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공급하면서 구글의 검색엔진만을 선탑재하는 것에 대해, 다른 포털의 앱을 배제하도록 강제한 것이라며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작년 7월 구글이 다른 포털들의 경쟁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구글이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이번 인수로 인해 모토로라와 관계가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배석한 히로시 로크하이머 엔지니어링·모바일 부문 부사장(VP)은 “모토로라는 우리가 인수한 이후로도 독립적인 회사로 운영됐고 안드로이드 사업부는 모토로라를 다른 OEM 제조사들과 동등하게 대했다”며 “레노버로 인수가 된 이후에도 전혀 달라지는게 없다”고 말했다.

선다 피차이 구글 수석 부사장(왼쪽)과 히로시 로크하이머 구글 엔지니어링·모바일 부사장(오른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페이스북에 인수된 왓츠앱에 대해선 “왓츠앱에 인수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페이스북이 190억달러에 왓츠앱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하자, 구글이 수개월전에 왓츠앱에 접근해 100억달러를 제시했다가 거절당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피차이는 “그런 보도는 완전히 잘못된 것 같다”며 “왓츠앱이 앞으로 이뤄나갈 혁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모바일 시장의 최신 흐름을 둘러보고 파트너사들을 만나기 위해 이번 MWC 2014에 들렀다. 그는 “갤럭시S5, LG전자(066570)의 G2, HTC원, 소니 엑스페리아 등 제조사들이 점점 더 수준 높은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중국의 신흥 제조사들도 고사양의 폰을 선보인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스마트 워치 개발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5의 장단점을 말해달라고 하자 “부모한테 자식의 장점을 말해보란 얘기같다”며 “그런 제품에 방수 기능까지 넣고, 전반적인 소프트웨어도 개선되어서 매우 기쁘고 신난다”고 답했다.

구글은 올해 B2B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저변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피차이 수석부사장은 “스마트폰, 태블릿 뿐만 아니라 자동차(오토모티브), 기업, 학교 등에도 도입될 수 있도록 B2B 분야를 강화하겠다”며 올해 목표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