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인수될 예정인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Whatsapp)이 무료 음성 통화 서비스를 탑재하기로 했다. 문자 메시지 기반에 머무르지 않고 서비스 확장을 꾀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국내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 카카오톡과 라인 등 국내 업체들도 와츠앱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와츠앱 로고.

얀 코움(Koum·38) 왓츠앱 최고경영자(CEO)는 25일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기조연설자로 등장해 “올해 2분기에 음성통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텍스트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단순함(simple)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최소한의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왓츠앱의 음성 통화 기능은 애플 모바일 운영체제(OS)인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에서 우선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과 블랙베리의 BBM으로도 확대될 예정이다

왓츠앱의 이번 계획은 페이스북 인수 소식이 나온 이후 첫 변화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페이스북이 와츠앱 경영에 관여하면서 서비스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왓츠앱은 지난 19일 190억달러(약 20조원)에 페이스북에 매각됐다. 하지만 코움 CEO는 “왓츠앱 경영 방식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도 변함이 없다”라고 못 박았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 등 외신은 국내 모바일 메신저 강자인 카카오톡을 비롯해 네이버라인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는 얘기다. 코움 CEO는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성장하고 싶다”며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MWC에서 함께 기조연설자로 나서면서 경쟁 구도가 더욱 부각됐다.

현재 왓츠앱은 전 세계 누적 가입자 수 4억6500만명을 두고 있다. 카카오톡이 1억3500만명, 라인이 3억6000만명 수준. 글로벌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가 새로운 무기를 갖게 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이라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의 지원을 받게 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무료 통화 서비스가 이미 보편화된 마당에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카카오톡과 라인은 이미 무료 통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라인의 경우 영상통화 기능까지 포함돼 있다.

데이터를 이용한 무료 통화 서비스 이용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완 LG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무료 통화 서비스가 출시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서비스 안정성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아직까지 이용자들이 이동통신사에 요금을 내면서 음성통화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카카오와 라인측도 크게 우려할 사항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이미 앞서있는 서비스를 뒤쫓아오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네이버 관계자는 “새롭게 차별화된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큰 동요는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고, 카카오 관계자는 “대응책이 필요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준비하고 있는 신규 서비스를 착실히 해나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