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윈도폰을 살리기 위해 전략을 수정했다. 경쟁이 치열한 고가 단말기 시장보다는 저(低)가 시장을 노리기로 한 것이다. 저렴한 칩셋을 탑재하고, 까다로운 OS 이용 기준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조 벨피오레 MS 부회장은 23일(현지시각)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 “칩 제조사 퀄컴과 협력해 저가 스마트폰 제조에 나서겠다”며 “스마트폰 제조 협력사도 늘렸다”고 밝혔다. 벨피오레 부회장에 따르면 중국 레노버, 폭스콘, ZTE를 비롯해 한국 LG전자(066570)가 윈도폰 제조사로 새로 합류했다.

노키아의 윈도폰 '루미아920.

MS는 수개월 내로 대대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해 퀄컴의 저가 칩 지원을 시작할 계획이다.

윈도폰 적용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이전까지 MS는 하드웨어 기준을 굉장히 깐깐하게 보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예를 들어 기기에 물리적인 버튼이 꼭 3개 존재해야 한다거나, 윈도폰 전용 사용자경험환경(UX)을 만들도록 했다. MS는 이런 제약을 없애고 제조사에 기기 디자인 권한을 더욱 늘리기로 했다.

MS가 이런 변화를 꾀한 것은 구글과 애플이 선점한 고가 기기 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 저가 기기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재 MS는 모바일 OS 시장에서 크게 뒤처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레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100달러 이상 스마트폰 7억8120만대에서 5대 중 1대가 구글 안드로이드 폰이었다. 애플은 1억5340만대로 2위였고, MS 윈도폰은 570만대에 그쳤다.

저가 기기 시장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국가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이 선진국에 비해 많다. 안드로이드와 iOS에 익숙한 이용자가 아직 많이 없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MS는 이제 막 모바일 인터넷 기기를 접하는 이용자들을 통해 점유율을 확대해나간다는 전략인 셈이다. MS는 이를 위해 듀얼 심(SIM) 카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흥국 이용자들이 해외에서 이주 노동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해외에서 모국으로 전화를 걸 때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심카드를 2개까지 허용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부터 저가 기기 시장이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시각도 많다. 프랑스 최대 통신사 오항주(Orange)의 이브 메트르 기기부문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모바일 통신 혁명이 이미 10년이 다 돼간다“며 ”새로운 혁명의 이정표는 신흥국 시장을 겨냥한 저가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엘롭 노키아 CEO(왼쪽)와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오른쪽)

MS가 최근 노키아를 인수한 것도 이런 계획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모든 윈도폰에서 노키아 제품이 차지한 비중은 89%였다. 10대 중 9대가 노키아 것이라는 얘기다. 노키아는 고가 기기보다는 저가인 ‘피처폰’의 제왕이라고 불릴 만큼, 저가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윈도폰을 활용한 경험도 가장 많아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