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에서 가격 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업의 이익을 결정하는 세 가지 이익동인(利益動因·profit driver) 가운데 가격의 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를 통해 살펴보자. 기업 이익은 '(가격X매출량)-원가'다. 기업 경영에서 이익동인은 가격, 매출, 원가 세 가지뿐이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중요한데, 현실에서는 경영자들이 대체로 원가에 가장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그다음이 판매(매출량)이고, 가격은 셋째이다.

그런데 사실 중요도는 이 순서의 정반대다. 어떤 산업재 회사가 10만원짜리 제품을 100만개 팔았다고 하고, 원가 가운데 개당 변동비용은 6만원, 고정비용은 300억원이라고 가정하자. 이것은 산업재를 생산·판매하는 업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수익구조및 원가구조다. 이 경우 각 이익동인이 각각 5%씩 향상되면 이익이 오른쪽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달라진다.

즉 가격이 가장 효과적인 이익동인이고, 그 이후의 중요도 순서는 변동비, 판매, 고정비이다. 가격이 5% 오르면 이익이 무려 50%나 늘어나는 데 반해, 매출량이 5% 증가해도 이익은 20% 늘어날 뿐이다. 그렇다면 경영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가격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가격은 다른 마케팅 도구가 갖고 있지 않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

우선, 가격탄력성이다. 가격이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광고 등의 다른 마케팅 도구의 탄력성보다 훨씬 크다. 소비재의 가격탄력성은 광고탄력성의 10~20배에 달한다. 더욱이 산업재에서는 그 차이가 더 크다. 또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가격탄력성은 영업에서의 외근 탄력성보다 8배나 더 높다. 둘째, 가격 결정은 즉각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반면 제품·광고·유통전략 등을 바꾸는 데에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린다. 셋째, 광고 등의 다른 마케팅 도구를 바꾸었을 때보다 가격을 바꾸었을 때 판매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난다. 경쟁사들은 우리 회사가 광고예산을 변경할 때보다 가격을 바꿀 때 훨씬 더 강한 반응을 보인다. 넷째, 가격은 광고·영업·연구개발과는 달리 먼저 큰 자금을 지출하지 않고도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마케팅 도구이다. 그래서 기업은 자금이 부족할 때도 최적 가격을 정하고 시행할 수 있다.

그러면 이렇게 중요한 가격을 관리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측면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가치' 또는 '소비자 효용'이다. 소비자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은 언제나 그가 해당 제품에서 느끼는 가치 또는 효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부과할 수 있는 가격을 알아내려고 할 때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정보는 '소비자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가치'이다.

고대 로마인들도 이 관계를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라틴어에서는 가격이 'PRETIUM'인데, 가치에 해당하는 말도 'PRETIUM'인 데서 추측할 수 있다. 즉 로마인들은 가치와 가격을 동일시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21세기 경영자들이 가격 문제에 접근할 때 기본 원칙으로 삼아도 상당히 가치 있을 걸로 판단된다. 경영자로 하여금 무엇보다 먼저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본 가치에 주목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말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가격의 순 우리말은 '값'이며 가치는 '값어치'이다. 즉, 우리말에서도 가격과 가치는 같은 어원을 가진 셈이다. 한마디로 기업은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를 명확히 알아야만 가격을 제대로 정할 수 있다. 따라서 컨조인트 분석(Conjoint Analysis) 같은 현대적인 방법론을 써서 주관적인 가치를 계량화하는 것이 가격 관리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