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꿈틀거리는 주택 시장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 정부가 그동안 남아 있던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거 풀기로 결정했다. 금리가 연(年) 1~2%인 공유형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얼어붙은 투자 심리에 불을 지펴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고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우리나라 가계(家計) 자산에서 평균 75%를 차지하는 핵심 실물경제이다.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중한 부동산 경기(景氣)를 확실하게 회복시켜 내수 시장도 되살린다는 전략이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주택 시장 정상화를 위한 추가적인 규제 완화와 지원책을 밝혔다. 오랫동안 방치되고 쇠락한 도심(都心)에 주거·상업·문화 기능이 한데 어우러진 고(高)밀도 복합 개발도 허용하기로 했다.

저리(低利) 대출, 분양권 전매 단축

정부는 우선 지금까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만 혜택을 줬던 연 1~2%대 저리(低利)의 공유형 모기지를 다음 달부터 5년 이상 무주택자(연소득 7000만원 이하)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공유형 모기지는 국민주택기금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뒤 집값이 오르거나 내릴 때 발생하는 수익이나 손실을 대출 기관과 나누는 상품이다.

정부는 황폐해진 도심 주거지역에 대한 각종 규제를 풀고 민간자본을 유치해 주거·상업·문화 기능이 함께 들어선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입지규제 최소지구’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진은 일본 도쿄의 대표적 도시 재생 특구 ‘롯폰기 힐스’의 야경. 2003년에 완공된 ‘롯폰기 힐스’에는 호텔, 방송국, 사무실, 상업 시설 등이 입주해 있으며, 관광지로도 인기가 높다.

수도권 민간 택지에서 짓는 아파트 분양권 전매(轉賣) 제한 기간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동안 아파트 분양 후 1년간 매매가 금지됐던 분양권을 6개월 이후부터 사고팔 수 있는 만큼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장기화하는 전·월세난 해소를 위해 임대주택도 적극 공급하기로 했다. 올해 공공 임대주택 9만가구가 입주를 시작하는 것을 비롯해 2017년까지 총 50만가구가 준공될 예정이다.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 방식도 그동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 건설 위주를 탈피해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등 민간 투자자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주택을 사서 세(貰)를 놓는 임대 사업자에게 세제·금융 지원을 늘리고 임대 사업자가 신규 아파트를 별도로 분양받을 수 있도록 청약제도도 개선한다.

이에 따라 무(無)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과 주거 안정의 기회가 한층 많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주택 수요자들에 대한 금융 지원과 함께 민간 자본을 활용한 임대주택 공급에 적극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센터장은 "공유형 모기지 대상을 확대하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싼값에 집을 팔았던 이들이 다시 집을 살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쇠락한 도심을 복합단지로 개발

정부는 도심에 쇠퇴한 주거 지역, 역세권 등을 주거·상업·문화 기능이 어우러진 지역으로 개발하기 위해 '입지규제 최소(最少)지구'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난(亂)개발을 막기 위해 주거·상업·공업 지역 등 땅의 용도가 정해지면 이에 맞춰 허용되는 시설과 용적률·건폐율 등을 정해서 도심 개발을 계획적으로 관리해왔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런 규제를 최소화해 해당 지역의 특성과 수요에 맞춰 주거·상업·문화 기능이 집약된 고밀도 복합 개발을 허용키로 했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 힐스'나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처럼 민간 자본을 유치해 초고층 오피스빌딩과 호텔·공연장·쇼핑몰이 한곳에 모인 창의적인 복합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국토부 박기풍 1차관은 "지역 개발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화이트 존(white zone·무규제 지역)'을 도입 중인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국민주택기금을 도시재생·주거환경개선 사업에 투자·융자할 수 있도록 '주택도시기금'으로 개편하고 2017년까지 쇠락한 도심 81개 지역에서 재생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자투리 땅이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자연경관 등을 활용해 집 근처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공원을 올해 60곳 조성하고, 폐쇄된 철도 부지와 방치된 도심 하천도 정비해 주민 휴식 공간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입지규제 최소지구가 자칫 지자체 간의 과잉 경쟁으로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면서 "개발 이익의 일부를 공공으로 환원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