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고를 당하면 목격자를 찾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다. 사고가 난 도로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안내문도 붙이지만 목격자는 쉽사리 나타나지 않는다. 국내 대학생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에 제1 저자로 논문을 발표했다.

인터넷에서 사고가 난 지점을 촬영한 동영상을 손쉽게 찾는 기술이다. 동영상을 올린 사람이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설명을 붙이지 않았어도 찾는 데 문제가 없다.

"2학년이 되면서 연구를 하고 싶었어요. 앞으로 연구자로 살아가고 싶은데 좋은 경험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김영우(22·사진)씨는 2학년이던 2011년 봄 같은 과 유환조 교수를 찾아갔다. 포스텍에는 학부생들을 위한 연구 참여 프로그램이 교과과정으로 마련돼 있다. 유 교수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을 연구 주제로 제시했다.

데이터 마이닝은 말 그대로 광산에서 금을 캐내듯(mining) 수많은 정보(data)를 분석해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연구에 대한 열의가 없으면 끝까지 하기 어려운 주제였다.

유 교수와 김영우씨는 자동차 블랙박스가 촬영한 동영상에는 위성항법시스템(GPS) 정보가 들어 있다는 데 주목했다.

스마트폰도 GPS 연동 프로그램을 쓰면 동영상 파일에 자동으로 시간, 장소 정보가 저장된다. 만약 이 정보를 자동으로 뽑아낼 수 있다면 굳이 사용자가 붙인 설명을 검색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 촬영된 영상인지 알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김영우씨는 1년의 연구 끝에 '지오트리(GeoTree)'라는 동영상 검색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다른 공간 정보 검색 프로그램보다 속도는 1.5배 빠르고 정보 저장 용량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데이터 마이닝 분야 최고 권위지인 '지식 기반 시스템(Knowledge-Based System)'에 실렸다. 유 교수는 "학부생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동영상 검색 분야에서 새로운 장을 여는 기술이 나왔다"며 "정보 수집이나 데이터 마이닝, 치안 등을 목적으로 한 동영상 검색 기술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