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간 18조원에 달하는 연구개발(R&D) 예산을 고위험, 고부가가치 연구에 집중 투입하는 방향으로 R&D 예산 정책을 바꿔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을 본따 가칭 K-ARPA를 만들어 민간 기업체 및 기존 공공연구소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연구는 지양하는 대신 위험부담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 높은 경제사회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연구의 컨트롤타워로 활용할 계획이다.

1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이같은 내용의 공공 R&D 방안을 포함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정부 R&D 예산은 올해 17조5496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데 연구 결과물 활용 및 사업화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정부출연연구소 등 공공연구소는 투입 대비 성과 창출이 미흡하고 산업·학계·연구소의 부문간 네트워크가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투입 위주의 R&D 정책을 성과 활용·확산 위주로 전환하고 혁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초기 산업화 단계에서 민간 기술개발을 보완하는 역할을 했던 출연연구소 원래의 위상 정립과 미션 재설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 R&D가 고위험·고가치 연구를 담당하고 공공 R&D 개혁을 선호할 고등연구계획국(K-ARPA)를 도입할 계획이다. 미국의 DARPA처럼 전담 프로젝트 매니저(PM) 주관 하에 세계적 경쟁력을 안겨줄 수 있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창의적, 선도적인 기술 개발을 독립적으로 집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조직은 '돌격대'와 같이 슬림하게 하면서 전적으로 PM 주도 하에 국내외의 최적 인력·자원을 동원해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R&D 예산은 2012년 기준으로 총 15조9064억원으로 정부 출연연구소에 6조4286억원(40.4%), 대학에 3조7214억원(23.4%), 대기업에 1조4397억원(9.1%), 중소기업에 2조956억원(13.2%), 정부 직접 과제에 7701억원(4.8%), 연구개발과제에 4280억원(2.7%) 등이 투입됐다. 정부 출연연구소와 대학에 들어가는 R&D 예산을 고위험·고가치 연구에 쏟아붓는다면 전체 R&D 예산의 63.8%를 쓰는 셈이다.

정부는 또 사회 내의 다양한 기술적 수요에 대응하고 민간수요 창출을 위해 공공조달을 혁신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공공조달은 비용 최소화 관점에서 기성제품 구매에 초점을 맞추는 데 그치고 있는데 공공조달 때 일부를 혁신적인 제품으로 구매해 주는 것이다. 정부는 GDP의 10%에 달하는 공공조달시장의 일부를 공공조달혁신(PPI, Public Procurement of Innovation)으로 활용할 경우 상당한 경제사회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