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2차 특허소송을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와 애플 간의 사전 협상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

1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장 사장은 지난주 미국에서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내달부터 시작될 특허소송을 두고 협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상 후 1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양사에선 아무런 발표가 없어, 이번 협상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채 끝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이달 19일까지 양사 CEO가 만나 3월 재판 이전에 합의를 시도하라고 명령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신 사장이 다음주 초 미국으로 출국해 쿡 CEO를 만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신 사장은 최근 해외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있는 상태로, 19일까지 다시 출국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양사 CEO간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해 “재판에 관련된 사항이라 알 수 없다”며 “두 사람이 만났는지 여부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에선 삼성전자와 애플 간에 입장 차이가 워낙 컸고, 지난 1차 소송 때도 협상이 결렬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소송도 합의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19일까지 협상 진행 상황을 기다렸다가 양사의 발표가 없으면 1심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원은 다음달 5일 최종 변론을 시작으로 양사로부터 총 25시간에 걸친 변론을 듣고 최종적으로 3월 31일 배심원 평결을 열게 된다. 이에 따라 늦어도 4월 초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에서 벌이는 두 번째 소송에 대한 배심원 평결이 나오게 된다. 배심원 평결이 내려지면, 이 평결을 토대로 재판장이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된다.

애플과 삼성전자 간의 이번 2차 소송은 지난 2012년 열린 1차 소송과 본질적으로 유사하지만 각각 새로운 제품과 특허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5’‘아이패드4’‘아이패드 미니’‘5세대 아이팟터치’‘맥북 프로’ 등 애플 제품들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애플은 삼성전자 ‘갤럭시S3’, ‘갤럭시노트2’ 등의 특허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13일 미국 법원에 양사의 증인 목록을 제출했다. 삼성전자 측은 필 실러 애플 수석 부사장, 히로시 로크하이머 구글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 부사장(VP), 토드 펜들턴 삼성전자 미국법인 통신 마케팅 담당자 등을 증인으로 요청할 예정이다. 애플의 차기 CEO로 여겨졌다가 지난 2012년 해고된 스캇 포스탈 수석 부사장도 증인 심문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애플 간의 2차 소송 최종 변론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3월 5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