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프트웨어(SW)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는 4월 8일 PC용 운영체제(OS) '윈도XP'에 대한 모든 지원을 종료한다. MS는 그동안 윈도XP 관련 보안 위협 사례가 발견될 때마다 취약점을 해결하기 위한 업데이트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4월 8일을 기점으로 기술적 지원이 끊기면 윈도XP 사용 PC는 사실상 각종 바이러스·악성코드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게 된다.

윈도XP 로그인 화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는 4월 8일부터 PC용 운영체제(OS)‘ 윈도XP’에 대한 모든 지원을 종료한다. 윈도XP의 보안 업데이트가 끊기면 취약점이 발생해도 해커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

운영체제(OS)는 컴퓨터의 심장으로 자동차로 치면 엔진에 해당하는 핵심 SW다. OS에 대한 지원이 끊기면 사고 위험이 있는 엔진이 정비를 못 받고 도로에 뛰어드는 격이다. 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윈도XP OS를 사용하는 PC 규모가 상당하기에 가까운 미래에 대규모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PC 100대 중 17대 윈도XP 사용… 악성코드 범람 우려

윈도XP는 MS가 2001년에 선보인 PC용 OS로, XP라는 이름은 'eXPerience(경험)'의 줄임말이다. 윈도XP는 2012년 중반 윈도7(2009년 출시)에 추월당하기 전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PC용 OS였다.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전 세계 PC 중 윈도XP를 사용하는 비율은 17.78%로 집계됐다. 세상에 나온 지 12년이 넘은 OS지만 PC 100대 중 17대 이상에 설치돼 있는 것이다.

문제는 MS가 윈도XP 지원 종료를 1년 앞두고 고객들을 대상으로 OS 전환 캠페인까지 벌였지만 좀처럼 윈도XP 사용률은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24.29%)과 비교해 윈도XP 사용률은 약 6%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 지난달 기준 윈도XP 사용률이 16.71%로 세계 평균보다는 낮지만 미국(10.92%), 일본(10.08%) 등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윈도XP에 의존하는 PC가 많을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보다 한국이 해커들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IT 전문매체 컴퓨터월드는 MS가 자체 조사한 결과, 올 4월 이후에 윈도XP를 겨냥한 악성코드가 최대 66%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윤광택 시만텍코리아 이사는 "MS가 윈도XP 지원을 중단해도 보안 SW 기업들이 백신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지만, 백신만으로는 해커들의 공격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공공기관·병원 등 OS 업그레이드에 소홀했던 곳들이 해커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전자정부 시스템의 상당수도 윈도XP에 최적화돼 있어 2009년 7.7 디도스 대란이나 지난해 발생한 3.20 사이버테러와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 있는 상황이다.

금융 전산 환경 대혼란 올 수도

MS는 윈도 제품에 대해 기본 5년 일반 지원에, 기업 고객 대상으로 5년 연장 지원을 제공한 뒤 모든 지원을 종료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윈도XP는 예외적으로 일반 소비자들까지 연장지원 혜택을 받아왔다는 것. 과거부터 수차례 지원 종료 의사를 밝혀왔기에 자신들의 책임은 다했다는 게 MS의 입장이다.

하지만 OS라는 제품 특성상 보안 업데이트 지원까지 끊는 것이 과연 소비자를 위한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트너의 로런스 핑리(Pingree) 애널리스트는 "보안은 선택사항이 돼서는 안 된다"며 "아무리 오래된 자동차라고 해도 지속적으로 유지보수 지원을 받는 것이 마땅하며, 윈도XP 역시 그러하다"고 주장했다.

MS가 윈도XP 지원 종료라는 강수(强手)를 둔 데는 속사정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윈도 8이나 윈도 8.1 같은 최신 OS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회사의 실적에 보탬이 안 되는 윈도XP를 계속 지원하는 것은 MS 입장에서는 개발비만 축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OS에서 아직까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에 PC용 OS 매출은 MS의 사업전략에 중요하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윈도XP 자체가 보안에 취약한 OS이기에 보안설계에 신경을 쓴 윈도7 이상 버전으로 소비자를 전환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거 같다"며 "더 이상 업데이트 등으로 윈도XP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윈도XP 지원이 끊기면 금융권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전 세계 금융 전산 환경에서 윈도XP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IT 기업 NCR에 따르면 전 세계 현금자동인출기(ATM)의 95%가 윈도XP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교수는 "ATM 등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교체에 상당히 많은 시험 과정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OS만 업그레이드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도 맞춰서 개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