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글로벌 IT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국내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한다. 유력한 데이터센터 입지로는 부산이 거론되고 있다. ‘MS가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최대 10조원의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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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 사업을 위한 기반 시설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직 클라우드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지 않은데다 국내 기업들의 상당수가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어 한국 시장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MS가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갖는다면 내수보다는 인접 국가인 일본, 중국 등을 공략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클라우드 시장 매력 떨어지는 韓…주변국 고객 유치용?

정보통신기술(ICT)대연합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이다. 상식적으로 이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대형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 일본 등 클라우드 선진국과 2년 이상의 기술격차가 있으며, 육성법안도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데이터센터의 고객이 될 수 있는 후보들의 상황은 어떨까. 네이버는 춘천에 1500억원을 들여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삼성SDS와 LG CNS, SK C&C 등의 IT서비스기업도 국내 고객용 데이터센터를 운영중이다. 케이티(KT), 더존비즈온(012510)같은 기업들도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MS의 전략은 한국을 직접 공략하는 것보다는 일본, 중국 등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쉽게 말해 한국을 아시아 지역의 클라우드 사업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

소프트웨어연합(BSA)에 따르면 일본은 전 세계에서 클라우드 보급이 가장 활성화돼 있는 나라다. 내년쯤에는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11%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 역시 2012년 발표한 '5개년 규획'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할 '20대 발전 사업'에 포함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해 중국 클라우드 시장 연간 성장률이 9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한국이 지진 등 자연재해 위험이 적고, 전기료가 싸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IT기업의 대형 투자에 정부 차원에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 국가 경제에 얼마나 영향줄까

데이터센터는 초기 건립 투자 외에는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인력이나 자금이 많지 않은 시설이다. 따라서 의외로 MS 데이터센터 유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 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IT서비스기업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가 한번 지어지면 그 다음엔 최소한의 운영인력만 필요하다”며 “많아야 100명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고용창출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투자 규모도 적어질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MS가 최대 10조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경쟁사인 미국 IBM이 전 세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15개를 건설하는데 들어간 돈은 12억달러(1조3000억원)에 그쳤다.

다만 국내 이용자 정보 보호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MS 이용자 정보는 싱가포르와 홍콩에 있는 데이터센터에 보관된다. 때문에 국내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미국이나 홍콩, 싱가포르 정부가 테러 위협 등을 이유로 한국 이용자 정보를 요청하면 넘겨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에 데이터센터가 지어지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