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인 페이스북이 뉴스 시장에 진출했다.

페이스북 창립 10주년(2월 4일)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페이스북은 '페이퍼'(paper)란 이름의 새로운 앱을 출시했다. 친구들의 소식을 받아보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서 출발한 페이스북이 미디어로 '변신'을 시도하는 것일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1월 30일 페이스북 실적발표회에서 "페이퍼를 가장 '개인화된 신문'으로 만들 것"이란 뜻까지 밝혔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모바일 환경에서 뉴스를 볼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구글·애플이 뉴스 스탠드를 출시한 데 이어 페이스북·야후도 뉴스앱을 새롭게 선보였다. 구글 뉴스 스탠드, 야후 뉴스 다이제스트, 애플 뉴스 스탠드, 페이스북 페이퍼(왼쪽부터).

페이스북뿐만이 아니다. 이미 구글·야후·애플 등이 뉴스에 특화된 앱을 만들기 시작했고,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지난해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했다. 이베이(e-bay)의 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디야르는 2억5000만 달러를 투입해 직접 온라인 매체를 창간키로 했다. 왜 IT 거대기업과 거물(巨物)들은 뉴스로 몰려드는 것일까.

IT거물들의 뉴스 진출

페이퍼는 지금까지 나온 모바일 뉴스 앱 중 신문을 가장 많이 닮았다. 상·하 2단으로 구성돼 있는 화면의 윗부분에는 특정 언론사의 '헤드라인'을 제공하고, 그 아래는 신문의 섹션처럼 IT 트렌드를 보여주는 '테크(tech)', 유명인의 아이디어를 엿보는 '아이디어', 스포츠 뉴스를 보여주는 '스코어' 등 19가지의 섹션이 차지하고 있다. 화면이 바뀔 때도 종이를 넘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버스·지하철 등에서 한손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특화된 서비스라는 점도 눈에 띈다.

페이퍼 출시 한 달 전에는 글로벌 포털 기업인 야후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놨다. 야후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4에서 자체 뉴스 앱인 '뉴스 다이제스트'를 공개했다. 뉴스 다이제스트는 하루 두 차례씩 뉴스를 제공하며, 한 번 보낼 때 최대 10건의 뉴스를 제공한다. 포털처럼 뉴스와 관련된 이미지와 동영상·지도 등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 구글도 신문처럼 섹션별로 구분한 뉴스 스탠드를 작년 11월 출시했다. '구글 뉴스 스탠드'는 마치 신문의 지면(紙面) 편집처럼 화면을 크고 작은 크기의 바둑판 모양으로 나눠 사진과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전 세계 1900여개 언론사의 뉴스를 볼 수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에 '뉴스스탠드'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계약을 맺고 입점(入店)한 언론사의 앱을 보여준다. 뉴스가 범람하는 온라인 상황에서 뉴스스탠드를 이용하면 보다 '정제된' 뉴스를 받아볼 수 있다. 애플은 콘텐츠를 판매했을 때 발생하는 매출을 언론사들과 나눠 갖는다.

뉴스로 모바일 플랫폼 勝者를 노리다

모바일은 뉴스를 소비하는 플랫폼으로 급부상했다. 미국은 모바일 기기 이용자의 약 30%가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퓨(PEW)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 등에 따라 성인 휴대폰 소유자의 63%가 자신의 휴대폰을 '온라인'으로 가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의 아론 스미스는 "젊은 성인들에게 휴대폰은 온라인 콘텐츠에 접근하기 위한 기본 장치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의 경우 모바일 검색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50%를 돌파하는 등 온라인 이용자들이 빠른 속도로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다.

제프 베조스의 워싱턴 포스트 인수도 '모바일 플랫폼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마존이 전자책 읽기용 태블릿 단말기 킨들(Kindle)을 통해 워싱턴포스트 뉴스를 공급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수한 콘텐츠가 생산되고, 복제되고, SNS를 통해 전파되는 환경에서 뉴욕타임스와 함께 13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워싱턴포스트가 만든 양질(良質)의 콘텐츠가 필요했던 것이다. 실제로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 인수 직후 "우리는 (워싱턴포스트의) 독자 수보다 퓰리처상 수상자 수에 더 관심이 있다"는 말로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내비쳤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뉴스 콘텐츠는 일반 온라인 콘텐츠와 달리 가장 정제된 콘텐츠이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사용자들을 결집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말했다.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라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 업계의 최고 강자(强者)들조차 '뉴스'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것은 뉴스가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퍼가 페이스북의 새로운 광고 플랫폼이 되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IB 타임스는 "현재 페이퍼에는 광고가 포함되지 않지만, 사용자들이 페이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광고가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광고주들은 무분별하게 소비되는 콘텐츠보다 신뢰도 높은 콘텐츠 사이에 광고를 노출시키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뉴스는 어느 콘텐츠보다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머리사 메이어 야후 CEO가 "정보 홍수 시대에 소비자는 원하는 정보를 얻기 어렵다. 앞으로 우리는 복잡한 것을 단순하고 분명한 것으로 바꿀 것이며 그 중심에 모바일과 미디어가 있다. 뉴스를 통해 구글을 뛰어넘겠다"고 공언한 것도 그런 점을 감안했다고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페이퍼나 야후의 뉴스다이제스트 등은 뉴스를 기계적으로 늘어놓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뉴스를 선별해 제시하는 방식을 취한다. '사람'이 직접 개입되는 것이다. 페이퍼는 자체 편집진이 10여개의 뉴스를 직접 선별하고, 야후 역시 편집팀이 선별한 뉴스를 업데이트한다. 이용자들이 보여주는 반응인 '좋아요' 등을 참고하지만, 트래픽이나 이용자 접속량 등을 이용하는 소위 알고리즘 편집은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언론의 축적된 경험을 활용하기 위해 현직 언론인들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야후는 지난달 미디어 서비스 진출을 선언하면서 미국 CBS에서 활동했던 여성 앵커 케이티 쿠릭과 뉴욕타임스 출신 IT저널리스트 데이비드 포그를 영입했다. 독자 미디어 창간을 준비하는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르는 미국 NSA의 정보 수집을 폭로했던 영국 가디언지 기자 글렌 그린월드와 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