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이 벽에 부딪혔다. 국내에선 강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시장을 선점한 경쟁자들에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들은 한번 쓰기 시작한 서비스를 잘 바꾸지 않는 습성이 있어 판도를 뒤집을 뚜렷한 묘책을 내놓지 않는한 해외에서 더는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의 성장 동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카카오톡이 ‘내수용’이라는 딱지를 벗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 국내에서만 강한 카카오톡…해외는 이미 선점당해

카카오톡은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가입자는 1억3000만명에 이른다. 이 중 국내 가입자가 3500만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3700만명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한다.

조선일보DB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카카오톡이 이렇게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서비스 이탈률이 적은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특성 덕분이다. 채팅 기능이 핵심이다 보니 서비스마다 큰 차이가 없어 이용자 대부분은 처음에 접한 것을 계속 이용한다.

그러나 거꾸로 이런 특성이 해외로 진출하려는 카카오톡의 발목을 잡는다. 동남아와 유럽을 비롯해 중동은 네이버의 ‘라인’이, 중국은 중국 최대 인터넷 회사 텐센트의 ‘위챗’이, 북미 시장은 왓츠앱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라인은 현재 전 세계 가입자 3억4000만명을 돌파했다. 지금도 하루에 평균 60만명이 가입을 계속하고 있다. 위챗은 4억7000만명, 미국 왓츠앱은 4억명 정도로 추산된다. 반면 카카오톡은 지난해 7월 1억명을 돌파한 이후 해외 가입자 집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해외 가입자 증가세가 둔해지면서 발표를 하지 않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동형 싸이월드 창업자는 “서비스에 큰 차이가 없는 시장일수록 선점 효과가 크다”며 “서비스 초창기가 아니라면 선점당한 지역 점유율을 뺏어오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카카오톡이 국내에서처럼 성장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에게 이런 정체 현상은 치명적이다. 카카오톡 개발사 카카오는 내년 5월 상장을 앞두고 해외 시장에서 기반을 닦아 내실을 다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업 가치를 올리는데는 해외에서의 성과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라인’ 역습에 국내 지위도 흔들…자금력·경험 뒤처져

관건은 카카오톡이 국내에서도 계속 압도적인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업계는 네이버 ‘라인’이 한국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카카오톡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본다. 인터넷 사업에서 축적한 경험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카카오톡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인은 지난해에만 총 2000억원이 넘는 국내외 마케팅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는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간접광고를 하면서 국내 마케팅 강화의 신호탄을 쐈다.

라인은 카카오톡의 주 수익원인 모바일 게임 플랫폼에서 선전하고 있다. 총액 기준으로 라인의 매출 은 게임 60%, 스티커 20%, 광고 및 기타 사업이 20%를 차지한다. ‘포코팡’ 등 인기 게임이 잇따라 나오면서 카카오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의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밴드’까지 모바일 게임 플랫폼 경쟁에 가세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다양한 콘텐츠를 육성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에 우위를 계속해서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포털부터 오픈마켓까지 막강한 유입자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해봤기 때문에 앞설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 카카오는 모바일 게임 플랫폼 이후 수익 기반이 될 사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모바일 게임회사들이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해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어 카카오의 의존률은 앞으로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성완 LG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카카오는 사업발굴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며 “벅스랑 연계한 뮤직 서비스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카카오 스토리, 그룹 등 폐쇄형 SNS의 파괴력도 주춤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카카오가 다시 성장을 가속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콘텐츠를 내놓아야 한다”며 “아직 시도되지 않은 소셜 커머스와의 연계와 같은 차세대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