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 공룡기업 구글이 연일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다. 구글은 프랑스 정보자유국가위원회(CNIL)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데 대해 시정조치 명령을 받았다며 첫 페이지에 이를 공지했다고 프랑스 주간지 르푸앙(Le point) 등 주요 일간지들이 8일(현지시각) 전했다. 구글이 시정조치 사항을 공지한 것은 지난달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시정 명령을 받은 이후 두번째다.

구글 프랑스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지. 15만유로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고 알리고 있다.

이날 구글은 프랑스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에 “CNIL은 구글이 프랑스의 ‘정보와 자유’ 관련 법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15만유로(약 2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는 공지를 CNIL 홈페이지 링크와 함께 띄웠다. 구글은 이 공지를 48시간 동안 게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날 CNIL의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마비되기까지 했다. 프랑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앙포모빌(infos mobiles)은 “이용자들이 구글에 게재된 링크를 타고 한꺼번에 접속하면서 CNIL의 홈페이지가 2시간 동안 마비됐다”고 전했다.

CNIL은 구글이 수집한 이용자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고 보관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CNIL은 “구글이 이용자 동의 없이 쿠키 정보를 수집했고, 정보를 얼마나 보관하는지 기간을 정해두지 않았다”며 “자사 서비스에서 이렇게 얻은 정보를 조합해 법적 근거 없이 사용했다”고 말했다.

구글이 이런 명령을 순순히 따른 것은 아니다. 구글은 지난 7일 CNIL의 공표 명령이 “자사의 명성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힌다는 이유에서 프랑스 최고 행정 재판소인 콩세유 데타(conseil d'etat)에 항소했다. 그러나 콩세유 데타는 구글의 항소를 기각했다. 구글 대변인은 “CNIL의 명령은 따르겠지만 이의 제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최근 각국 정부로부터 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억원을 부과받고 이용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수집한 모든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삭제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정조치 명령을 받았다. 또 CNIL과 마찬가지로 이런 시정조치 명령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이 밖에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 6개국도 공동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제재에 나서면 구글은 최대 7억6000만달러(약 8500억원)의 벌금을 내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제재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세계 최대 IT 기업인 구글의 순익은 100억달러를 웃돈다. 2억원 가량의 벌금은 순수익의 0.002%에 불과하다. 이 금액은 구글이 한 시간이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요하네스 카스파 독일 자료보호 감독관은 뉴욕타임스(NYT)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행 법의 벌금 액수는 구글 같은 대기업의 정보 수집 관행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라도 벌금 상한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