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문종 메디아나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방배동 서울사무소에서 메디아나의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5년전 뿌린 씨앗이 이제 결실을 맺으려 합니다. 지난해 매출은 340억원이지만, 5년 내 연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습니다.”

최근 서울 방배동 메디아나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길문종 대표는 회사의 미래에 대해 뚜렷한 비전을 제시했다. 설립 20년째를 맞은 중견 성장기업으로서의 자신감이 말과 행동에서 묻어 나왔다.

길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현 삼성메디슨)에 입사해 5년간 미주지역 해외영업을 담당했다. 그리고 1993년 메디아나를 창업해 휴렛팩커드(HP) 등 해외 의료기기업체의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일을 하다가, 2000년에 ‘YM5000’이라는 첫 자체 제품을 내 놓는다.

메디아나가 해외 제품 수입에서 자체 개발로 방향을 바꾼 것은 길 대표가 박사과정에 있을 때였다. 1979년도에 생긴 연세대학교 의용전자공학과 1회 졸업생인 길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던 중 같은 과 박사과정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서 산학(産學)협동으로 개발한 환자감시장치를 자체 브랜드 ‘메디아나’를 달고 2000년 출시했다. 마침 HP의 의료기기사업을 필립스에서 인수하면서 메디아나가 HP의 국내 총판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길 대표는 자체 제품 개발로 회사의 미래를 정했다.

메디아나가 본격적으로 세계시장에 나선 것은 제조업자 개발생산(ODM)방식을 통해서다. 메디아나는 2001년 세계 의료산업 10위 기업인 미국 코비디엔사(社)와 계약을 맺고 원하는 제품을 메디아나의 연구개발 능력으로 제조해 공급하고 있다. 길 대표는 “코비디안의 제품을 메디아나가 만들었다는 것이 소문나고 품질이 인정받으면서 지멘스와 스페이스랩스, 옴론 등 세계적 의료기기 회사에 OD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했다”며 “생산 물량을 확보하고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ODM이란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 제조업체가 주도적으로 제품을 개발해 생산하는 방식이다.

길 대표는 “해외 유명회사와 ODM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품질이 전제돼야 한다”며 “역량이 쌓이면서 메디아나는 품질과 사후 서비스 능력을 갖췄고, 국내 모든 유명 대학병원에 제품을 모두 공급하는 등 품질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ODM으로 인지도를 쌓자 자체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서 자체 브랜드 제품 판매도 늘었다. 이전에는 ODM 제품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40%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길 대표는 “인지도와 품질을 갖추면서 세계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해결됐다”며 “세계 최고수준의 사양을 갖춘 하이엔드 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길 대표는 올해에 매출액 400억원, 2015년에 500억원, 5년 내 1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에 대해서는 더 긍정적이다. 길 대표는 “개발비가 상당부분 이미 투자가 된 만큼, 현재 10% 수준인 매출액 이익률이 15%를 넘어 20%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아나는 작년 7월 코넥스시장에 상장했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 올해 코스닥시장에 이전 상장을 추진한다. 코넥스시장에 상장하면서 인지도가 향상됐지만, 거래량이 부진하고 시장참여자가 적어 코넥스시장에서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 받고 있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길 대표는 오는 7월 코스닥시장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이다. 그는 “지금 주가가 3000원 정도인데, 총 주식 수는 574만주여서 기업 가치가 170억원정도밖에 안 된다”며 “주가가 제대로 형성돼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거래량이 너무 적아 가치가 오르지 않았고, 유상증자를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코넥스시장에 대해 길 대표는 “현 상태로는 코넥스시장이 자본을 조달하는 창구 역할을 제대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옮겨가는 기업이 나올 때 코넥스시장도 활성화되고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