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기업의 A과장은 협력사 직원들과 고스톱을 쳐서 제법 돈을 땄다. A과장은 '친목 도모 차원의 모임이었고, 패가 잘 맞아 본의 아니게 돈을 땄으니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과연 그럴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9일 기업 임직원들의 '직무상 윤리(倫理) 문제'를 217개 상황별로 나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궁금할 때 펴보는 기업 윤리 Q&A 217' 책자에 따르면 A과장의 행동은 기업 윤리에 확실하게 어긋났다.

대기업들은 협력사 관계자와의 사행(射倖) 행위 금지는 물론 도박을 통해 돈을 따는 것을 간접적인 뇌물 수수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스톱 외에 당구·카드·골프 등 다른 모든 게임도 마찬가지다.

협력사 직원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뮤지컬 50% 할인권'도 뇌물이다. 할인권 자체가 공짜 표는 아니지만 할인권으로 50%의 금전적 이익을 보기 때문에 '금품 수수'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전경련 책자는 30대 대기업들의 내부 윤리 규범 가운데 공통되고 보편적인 사항을 정리했다.

그렇다면 부서 회식에서 우연히 협력사 사장을 만났는데, 협력사 사장이 미리 계산을 마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소원 전경련 사회공헌팀장은 "결제를 취소하고 자신이 다시 결제하는 게 가장 좋다"며 "그렇게 못 한다면 식사비에 상당하는 현금을 나중에 협력사에 보내야 면책(免責)이 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뇌물'과 '선물'을 가르는 기준으로 대가(代價)성 여부를 제시했다. 선물이라고 생각해 받았다가 준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그 선물은 뇌물로 둔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할인권은 물론 숙박권과 회원권, 각종 상품권도 뇌물의 범주에 속한다.

금품을 받았더라도 나중에 돌려주면 괜찮다는 생각도 오산(誤算)이다. '주머니에 넣었다거나 서랍, 예금 계좌에 넣었다면 금품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간주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보 보호도 신경 써야 한다. 회사의 중요 내부 자료를 이메일로 발송한 후 집에서 보고서 작성을 하는 것은 회사 정보 유출 행위에 해당된다. 이 경우 회사의 사전(事前) 승인을 받는 게 원칙이며 회사 정보를 사외(社外)에 개인적으로 보관해서는 안 된다.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잃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며 "이런 윤리 규정을 위반한 임직원은 법적 책임도 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