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정부가 더 걷겠다고 공언한 세수(稅收)는 2013년 한 해 2조7414억원이다. 작년 말 기획재정부가 민주당 설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런 목표가 수치상으로만 보면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정부 자료의 내용은 작년 9월 말까지 국세청과 관세청이 각종 세무조사나 자진 신고 유도 등 이른바 '과세 행정 강화'를 통해 얻은 수입이 목표치의 72~73%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계산된 금액을 보면 작년 9월까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거둬들인 세수는 1조9945억원으로 작년 목표 금액의 72.8%에 이른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아직 작년 말까지 공식 실적은 나오지 않았지만 추이를 볼 때 작년 말까지 두 기관이 목표에 근사하거나 넘는 실적을 달성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우리나라 전체 세수가 목표보다 8조원 덜 걷혔음을 고려하면 세무조사가 얼마나 강하게 진행됐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제 전문가들과 민간 기업들은 세무조사 강화와 법인세나 종합소득세 자진 신고를 강화하는 식으로 더 거둔 세수가 과연 지하경제 양성화 실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지상(地上)에서 활동하는 기업과 개인들에게 예년과 달라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을 양성화로 포장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출된 세원인 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 강화는 오히려 이들이 탈세를 시도할 빌미를 줄 수 있다"며 "지하경제 양성화란 보이는 곳을 조이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숨겨져 있던 세원을 찾는 노력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립대 교수는 "세무조사와 자진 신고 강화는 민간에게 '지하경제 양성화가 멀쩡한 기업에 대한 옥죄기'라는 불안감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불만은 이미 높아진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작년 9월 160개사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62.9%가 세무조사로 경영상 실질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답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작년에는 과세 기반을 찾기 위한 제도 개선이 늦어져 세무조사나 자진 신고 등 기존 수단에 의존한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