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지난해 3분기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이 0.5%로 조사돼 국내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반면에 일본은 같은 기간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이 -0.6%로 나타나 일본 기업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단위노동비용이란 무엇이길래 올라가고 내려감에 따라 기업이 영향을 받을까.

단위노동비용(unit labor costs)은 쉽게 말하면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시간당 명목임금(물가상승을 고려하지 않은 임금)을 실질노동생산성으로 나눈 것인데 상품 하나를 만드는데 필요한 인건비를 뜻한다.

기업의 입장에선 단위노동비용이 떨어지는 것이 좋다. 단위노동비용 하락은 적은 임금을 들여 많은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근로자의 입장에선 단위노동비용이 올라가는 것이 좋다. 같은 양의 일을 하는데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에서 보면 어느 쪽이 더 좋은지 판단 내리기가 다소 복잡하다. 불황인지 호황인지에 따라 같은 현상이 의미하는 바가 정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불황기에 단위노동비용이 올랐다면 긍정적인 의미다. 불황에도 근로자의 수입이 늘어났다는 의미로, 근로자가 늘어난 수입으로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하고 서비스 이용할 수 있어 경기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즉 불황기에 단위노동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보통 경기회복을 알리는 긍정적인 신호를 의미한다.

반대로 불황기에 단위노동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가 온다는 신호이며 경기침체가 더 깊어질 것을 말해준다.

경기 호황일 땐 단위노동비용이 오르는 것이 보통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원재료 비용 등 여타 고정 비용은 똑같이 필요한데 근로자에게 임금을 더 많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기업은 이익 수준을 맞추기 위해 제품 판매가를 올릴 수 밖에 없고 물가는 상승한다.

그러나 경기활황기에는 노동 효율성을 개선한 결과라고 볼 수 있는 낮은 단위노동비용이 경기 상승세를 나타내는 신호다.

한 국가의 수출 가격경쟁력도 단위노동비용에 따라 좌우된다. 단위노동비용의 낮다는 것은 같은 양의 상품을 적은 돈을 들여 생산할 수 있어 상품을 저렴한 값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지고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 상승은 수출 증가로 이어진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단위노동비용의 물가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과거에는 기업이 성장하면 고용을 늘렸다. 이에 따라 임금이 증가하고 기업을 이를 상쇄하기 위해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이 제품을 다시 근로자가 사줘 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경기 둔화로 기업은 고용에 투자하는 돈을 줄이고 기업 안에 돈을 쌓아두기 시작했다.

수출 가격경쟁력도 영향을 받았다. 해외 수출 경쟁이 심화되면서 단위노동비용이 올라도 해외 제품과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기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8일 내놓은 인플레이션 보고서(물가보고서)에서 기업의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쳤던 단위노동비용 변화가 2000년대 들어 그 영향력이 축소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