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알뜰폰의 인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무려 12만명 이상이 알뜰폰에 가입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기존 이통 3사의 가입자는 모두 합쳐 1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알뜰폰이 이통 3사보다 10배 이상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2년 전 60만명에 불과했던 알뜰폰 가입자는 1월 말 현재 260만명에 달한다.

알뜰폰의 주 고객은 주로 음성 통화만 하고 인터넷 접속 등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는 중장년층이다. 기본료가 저렴하고, 휴대폰 할부금도 싸다. 하지만 데이터 사용요금은 오히려 이통사보다 비싸 스마트폰으로 매일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라면 알뜰폰을 썼다가 더 많은 요금을 물 수도 있다.

현재 CJ헬로비전·KCT·이마트·에버그린모바일·에넥스텔레콤·아이즈비전·머천드코리아·스페이스네트·유니컴즈·프리티 등 10여개 업체가 알뜰폰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업체가 많은 만큼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선택하는 게 좋다.

우선 휴대폰을 갖고 있어 따로 구매할 필요가 없는 고객이라면 에버그린모바일에서 내놓은 '제로' 요금제 알뜰폰을 고려할 수 있다. 통화료는 사용한 만큼만 내면 된다. 예컨대 150분을 썼다면, 1초당 1.8원의 통화요금을 곱한 1만6200원을 내면 된다. 단, 문자(건당 20원)·데이터(1메가바이트 기준 51.2원)도 사용한 만큼 내야 한다. 데이터를 거의 안 쓰는 고객에게 적당한 알뜰폰이다.

음성 통화량은 적은데 인터넷 접속도 가끔 하는 편이라면 에넥스텔레콤의 월 1만4000원짜리 요금제가 유리하다. 이 요금제는 매월 100분의 음성통화와 100건의 문자, 500메가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하루에 2~3통의 전화(하루 3~5분)를 하면서 카카오톡 정도를 이용한다면 적합하다. 대부분의 알뜰폰 업체는 이렇게 기본료 1만~2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가지고 있다. 무료 음성통화와 데이터양 제공량에 따라 기본료가 비싸진다.

집에 쓰던 휴대폰이 없어 따로 구매해야 한다면 휴대폰 할부금을 대폭 낮춘 알뜰폰이 좋다. 태광그룹의 알뜰폰 사업자인 KCT는 이달 초 휴대폰 할부금이 월 500원인 상품을 내놨다. 기본요금 8900원짜리 요금제를 24개월 약정으로 가입하면, 팬택의 '브리즈4'와 LG전자의 '와인샤베트'를 월 500원씩 내고 살 수 있다. 휴대폰 할부금과 기본요금을 합쳐도 1만원 미만이다. 이마트는 작년 11월 기본요금 9000원인 알뜰폰을 내놓았다. 24개월 약정으로 가입하면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를 무료로 제공한다.

하지만 매일 10통 이상(10~50분)씩 전화를 걸거나, 스마트폰으로 각종 앱과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라면 알뜰폰이 더 비싼 요금제일 수 있다. 매월 500분 정도를 통화하는 사람이 무료 통화량 100분인 알뜰폰을 쓸 경우 추가 통화량 400분 때문에 추가 요금을 4만3200원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이통사와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데이터를 많이 쓰는 사람도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알뜰폰은 데이터 1기가를 쓰면 요금이 5만1000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CJ헬로비전에 따르면 알뜰폰의 이런 요금 체계 때문에 주 이용자들의 40%가 40~50대였고, 60대가 17%에 달했다. 10~20대는 모두 합쳐 14%에 불과해 음성 통화를 위주로 하는 중장년층이 많았다. 기본요금은 2만원 이하가 40만명(65%)으로 절반 이상이어서 주력 요금제가 4만~6만원인 이동통신 3사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미래부의 김경만 통신정책경쟁과장은 "알뜰폰 인기는 고가 위주의 통신요금을 피하고 저렴하게 통신 서비스를 원했던 고객이 많았다는 뜻"이라며 "1400만명에 달하는 일반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비싼 스마트폰 요금제가 아닌 알뜰폰을 선택하는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