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검은색 일색의 근엄했던 국내 양말 시장을 20·30대 젊은 창업자들이 뒤흔들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한 젊은이들이 '1인 창업 형태'로 직접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해서 공장에 맡기는 식으로 양말 사업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브랜드만 '아이헤이트먼데이(I hate monday)' '모스그린' '삭스어필' 등 20여개에 달한다.

2011년 20대 젊은이 셋이 모여서 창업한 삭스타즈는 이 같은 양말 브랜드를 모아서 파는 국내 최초의 온라인 양말 편집숍(여러 브랜드 제품을 모아서 파는 가게)이다. 현재 자체 브랜드를 비롯해 국내외 30여개 브랜드의 양말을 판다. 첫해 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2012년엔 2억7000만원, 작년엔 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직 매출 규모는 작지만 성장세는 연평균 200%에 달할 정도로 가파르다.

창업자 성태민(29) 대표는 "남성들의 바지 기장이 점점 짧아지면서 양말이 많이 드러나게 되고 그러면 패션 양말 시장도 커질 거라고 본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삭스타즈는 '양말 선물' 문화를 만들기 위해 포장을 고급화하고, 와이셔츠처럼 양말에 이름 자수(刺繡)를 새겨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설·추석·밸런타인데이·화이트데이·크리스마스엔 곱게 포장한 선물용 양말을 판다. 작년에 이렇게 온라인으로 판 양말만 12만켤레다.

무채색 위주에서 탈피, 알록달록 색감이 화려하고 튼튼한 양말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운 국내 최초 온라인 양말 편집숍‘삭스타즈’를 창업한 오지환 이사, 성태민 대표, 김은우 이사(왼쪽부터). 불경기 속에서도 연평균 200%대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창업자 셋(성태민·김은우·오지환)은 양말의 '양'자도 모르는 '초짜'였다. 성 대표는 온라인 게임 회사에서 게임 UI(사용자 환경)를 개발하던 디자이너였고, 양말 디자인을 맡고 있는 김은우(29) 이사는 서체 회사의 폰트 디자이너 출신이다. 둘은 인제대 시각디자인학과 동기(04학번)다. 판매·기획 담당 오지환(31) 이사는 세종대 호텔경영학과를 나와 소셜커머스 회사에 다니다 합류했다. 김 이사는 "회사 상사의 모습이 10년 후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답답했다"며 "나이가 어리고 직급이 낮다 보니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없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패션 양말을 창업 아이템으로 택한 것은 시장 조사의 산물이었다. 처음엔 연회비를 내면 정장용 까만 양말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생각했다. 하지만 네이버 키워드 검색 데이터를 보니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패션 양말' '연예인 양말' 같은 키워드들의 검색량이 매월 급증하는 추세였다. 그래서 방향을 틀었다.

20대 젊은이 셋이 모은 창업 자금은 총 3300만원. 이들의 양말 도전기는 쉽지 않았다. 일단 서울 잠실에 방 두 개짜리 월세를 구했다. 거실은 사무실, 방 하나는 물류 창고, 나머지 방은 잠자는 곳으로 썼다. 디자인 전공을 살려 홈페이지를 꾸미고 각종 브랜드 양말을 가져다 팔았다. 오지환 이사는 "첫해엔 남는 게 하나도 없어 허름한 식당에 식권을 끊어놓고 매일 4000원짜리 백반만 먹었다"고 했다.

유통을 1년쯤 하다 보니 '어떤 양말이 잘 팔리고' '이용자들이 무슨 양말을 원하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직접 양말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나름대로 디자인을 해서 양말 공장을 찾아가면 "수백개는 안 만들어준다"고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의정부·성남·인천·대구 양말 공장을 전전하면서 공장 사장들과 친분을 쌓고, 양말 만드는 편직(編織)기가 돌아가는 원리도 배웠다.

해외 브랜드 양말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만들던 제이투코퍼레이션 한덕현(42) 대표의 도움도 컸다. 16년 경력의 그가 양말 생산을 도왔고, 삭스타즈는 한 대표에게 디자인·마케팅에 대한 도움을 줬다. 둘이 협업해 삭스타즈는 '에첼', 한 대표는 '수티스미스'란 브랜드를 만들었다. 한 대표는 "국내 양말 제조 기술은 세계 최고인데 해외 브랜드를 붙여 싸게 납품하면 훨씬 비싼 값에 국내로 역수입되는 게 안타까웠다"면서 "새벽 5시까지 강남 커피숍에 앉아 양말을 펼쳐놓고 얘기할 수 있는 열정 있는 친구들과 협업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삭스타즈는 형형색색의 양말부터 흘러내림 방지 처리를 한 기능성 양말 등을 내놔 지금까지 총 26만켤레를 팔았다. 소문이 나면서 일본, 홍콩, 독일 편집숍에도 진출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5억원. 성 대표는 "그동안은 온라인 양말 판매에 집중했지만 올해엔 백화점과 오프라인 매장도 열어 양말 선물 문화를 더욱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