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제가 부진한 틈을 타 대안 투자처로 주목받던 신흥국 투자가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일까.

신흥국 금융시장이 작년 5월 당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테이퍼링(tapering·양적 완화 축소) 예고 발언 이후 불안한 행보를 보이면서 이전에 신흥국 채권·주식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한국 시각 기준으로 오는 3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이 추가로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푸는 것) 규모를 축소하면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더욱 흔들리며 추가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흥국 주식형 펀드 1년 새 8%대 손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글로벌 신흥국 주식형 펀드는 최근 1년 동안 평균 8.2%의 손실을 내고 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1.6%)와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최근 3개월만 놓고 봐도 글로벌 신흥국 주식형 펀드의 손실률은 5.4%에 달한다.

27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외환거래소에서 한 남성이 미 달러화에 대한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환율을 보여주는 전광판을 가리키고 있다.

신흥국 주식형 펀드 내에서도 브라질 등 남미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의 손실 폭이 크다. 남미 주식형 펀드는 지난 1년간 평균 22.8%의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3개월 동안은 평균 -11.4%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남미 펀드 중에서 운용 규모 10억원 이상인 개별 펀드 중에서는 'IBK라틴아메리카A[주식-재간접]', 'NH-CA라틴아메리카포르테[주식]C-A 1' 등 10개 펀드가 지난 1년 동안 20%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아시아 신흥국 펀드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아시아 신흥국 주식형 펀드는 최근 1년·3개월간 각각 평균 3.3%·3.1% 수익을 냈다.

통화 가치 떨어져… 신흥국 채권 투자자 울상

신흥국 채권 투자는 지난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미국의 출구전략 가능성에 세계적으로 채권 금리가 오르고(채권 가격 하락) 신흥국 통화가치는 하락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신흥국 채권형 펀드 수익률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1년 동안 신흥국 채권형 펀드는 7.4% 손실을 기록 중이다. 최근 3개월만 봐도 3%대 손실을 기록 중이다. 남미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의 경우 1년·3개월 손실률이 각각 15.6%·5.4%로 특히 손실 폭이 크다. 특히 브라질 채권(삼바 채권)은 연 8~9%대의 금리와 한국과 브라질 간의 조세 협약에 따라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점이 부각되면서 지난 몇 년간 인기를 끌었는데, 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손실 폭이 커졌다.

터키 채권, 인도 채권 등 국내 증권사를 통해 팔렸던 다른 신흥국 채권도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으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만약 10년물 기준으로 1년 전에 브라질·터키·인도 채권에 각각 1억원을 투자했을 경우, 해당 국가의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과 통화가치를 감안하면 브라질 채권에서는 현 시점에서 약 1800만원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터키·인도 채권도 평가 손실률이 각각 37.2%, 27.7%에 달한다.

신흥국 투자 매력 감소

증권 전문가들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 경제회복이 신흥국 경제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남미·아시아 등 고성장을 이어오던 신흥국 경제가 주춤한 사이 미국 등 부진하던 선진국 경제가 다시 올라오면서 투자자들이 덜 위험하면서도 회복세가 탄탄한 선진국을 더 선호할 것으로 봤다. 여기에 미국이 푼 돈을 거둬들이는 과정에서 미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신흥국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신흥국 주식이나 채권이 가지는 매력도도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