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대 서울대 교수

요즘 ‘직구’라는 단어가 회자된다. 야구에서 ‘직구’라고 하면 투수가 포수에게 똑바로 던지는 구질의 공을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직구는 그 직구가 아니다. 요즘 인터넷으로 해외에서 물품을 직접 구매하는 걸 말한다. ‘직접 구매’의 준말이다.

매년 성장을 거듭하던 해외 온라인 쇼핑 규모는 한·미 FTA 발효 이후 면세 범위가 늘어나면서 급증하고 있다. 국내 가격보다 많게는 70%까지 싸게 살 수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이 여파로 국내에 진출한 해외 브랜드들은 판매 부진으로 가격을 30~40%까지 내렸다고 한다.

◆ 갈수록 늘어나는 ‘직구’족들

온라인 ‘직구’는 가전제품과 의류는 물론 심지어 휴지까지 구매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미국에서 최대 쇼핑 시즌으로 떠오른 블랙 플라이데이(11월 셋째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이날부터 연말까지 대대적인 온라인 쇼핑 할인행사가 시작된다)가 국내에서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바야흐로 쇼핑에도 온라인을 타고 국경을 넘어 신자유주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셈이다.

백화점과 쇼핑센터, 재래시장, 슈퍼마켓으로 대변되는 유통업체들은 걱정이 커지고 있다. 2012년도 통계에 의하면 백화점 매출이 27조원, 대형마트가 39조원인데 반해 온라인 쇼핑 매출은 48조원을 기록했다. 이 중 홈쇼핑을 제외한 인터넷 쇼핑 매출은 거의 40조에 육박하고 있다.

더우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매출은 각종 규제와 경기 침체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온라인 쇼핑 매출은 매년 20% 정도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두 시장의 매출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빅 3인 신세계와 롯데, 현대백화점 등은 뒤늦게 인터넷 쇼핑 분야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의 강자인 G마켓이나 옥션의 벽을 넘기는 아직은 힘들어 보인다.

◆ 아마존 올해 국내 진출하면

인터넷 쇼핑의 선구자로는 아마존이 꼽힌다. 1995년 월스트리트에서 잘 나가던 억대 연봉 사원이었던 제프 베조스가 인터넷의 미래를 확신하고 시작한 회사이다. 도서 판매를 시작으로 음반, 비디오, 가전제품 등 분야를 확장하면서 크게 성공을 거뒀다. 특히 2001년에는 중고품을 사고 팔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 (Market Place)로도 성공했다. 또 2006년 클라우드 서비스에 이어, 2007년 킨들이라는 전자책 장치를 개발해 출판 분야의 판도를 흔들어놨다.

오늘날 세계 최대 인터넷 유통기업인 아마존의 2012년 매출은 611억달러에 이른다. 현재 매출에서 상품 유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63%로 가장 높다. 책을 포함한 미디어 사업이 33%, 클라우드컴퓨팅 등 기타 부문이 4%를 차지한다. 지난해 아마존의 거래 규모는 약 970억달러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매출(4469억달러)에 비하면 아직 네다섯 배 차이가 난다. 하지만 5년 뒤면 아마존이 월마트를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 수많은 인터넷 업체 중 아마존이 유독 많이 회자되고 크게 성공한 이유는 뭘까? 남들보다 먼저 인터넷 유통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이유 때문일까? 실은 아마존의 성공의 중심에 바로 빅데이터가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 판매업체의 장점 중 하나는 고객 정보를 고스란히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에서 쇼핑하려면 결제를 위해 로그인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누가 어떤 물품을 언제 구매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고스란히 서버에 남게 된다. 아마존은 이런 고객 정보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고 실행에 옮긴 회사다.

이런 아마존의 발빠른 혜안과 실행이 지금의 성공으로 이어진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존은 고객의 자료를 분석해 개별 고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는 상품을 예측하고, 이를 고객에게 이메일 등으로 알리는 추천 마케팅 기법을 최초로 사용해 큰 성공을 거뒀다. 아마존에서 책을 구입해 본 경험이 있으면, 이런 추천 이메일을 한번쯤은 받아 봤을 것이다. 또한 아마존 사이트에서 책을 고르면 선택한 책과 관련이 있는 도서들이 함께 추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 대규모 고객정보를 활용한 마케팅

1988년에 출판된 영국인 등산가 조 심슨의 ‘나는 꼭 살아 돌아간다’는 90년대 후반까지 롱테일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존 크라카우의 ‘희박한 공기 속으로’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나는 꼭 살아 돌아간다’도 덩달아 뜨기 시작했다. 그 계기가 아마존의 독자 서평 또는 추천글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아마존의 추천 시스템이 작용했다. ‘희박한 공기속으로’를 구매한 고객에게 ‘나는 꼭 살아 돌아 간다’도 집중 추천했던 것.

고객맞춤형 추천을 위해 아마존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추천 시스템(recommendation system)’이라고 부른다. 추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다. 상품과 고객의 수가 엄청나게 많다는 점도 장애물이다. 아마존에서 거래되는 도서만 수백만 종류가 되며, 고객의 수는 수억 명이 될 것이다.

추천 시스템은 결국 상품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알고리즘인데, 대부분의 고객은 과거 구매 기록이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개별 고객에게 최적의 추천을 해주는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일이란 기술적으로 아주 어려운 시도가 된다.

추천 알고리즘은 ‘협력적 정화(Collaborative Filtering)’라는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기반으로 개발된다. 협력적 정화 방법은 다시 크게 고객 기반의 협력적 정화법과 내용 기반의 협력적 정화법으로 나눌 수 있다. 고객 기반의 협력적 정화법은, 나의 구매 패턴과 비슷한 고객들을 추출해, 이 고객들의 구매 물품 중에서 내가 아직 구매하지 않은 것들을 추천한다. 이 방법의 장점은 분야를 뛰어 넘어서 추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영화동호회 회원들의 자동차 구매 패턴을 분석해, 새 영화동호회에 가입한 고객에게 특정 자동차를 추천할 수 있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 특히 계산량의 폭증은 시스템의 사용에 큰 장애가 된다. 고객마다 실시간으로 최적의 추천을 해줘야 하는데, 거대한 데이터에서 실시간으로 최적 추천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고도 힘든 작업이다.

◆ 유통시장 경쟁도 결국 빅데이터 활용에 달려

아마존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내용 기반의 협력적 정화법을 쓰고 있다. 내용 기반의 협력적 정화법은 상품들의 내용 사이의 관계를 파악해 내가 과거에 구매한 상품들과 비슷한 상품을 나에게 추천해준다. 가령서, 연애소설을 자주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새로 출판된 연애소설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내용 기반 협력적 정화법은 상품들의 내용 사이의 관계를 미리 계산해 놓으면, 고객에게 추천할 때는 계산이 거의 필요 없게 된다. 따라서 큰 기술적 어려움 없이 실시간으로 추천을 해줄 수 있다. 물론 내용 기반 협력적 정화법의 단점으로는 분야를 뛰어 넘는 추천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책과 자동차 사이의 유사성을 측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도서 추천을 통해 큰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추천 시스템이 적지 않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로 확산이 아주 더딘 있는 이유도 바로 내용 기반 협력적 정화법의 한계 때문이다.

지금은 고객 기반 협력적 정화법과 내용 기반 협력적 정화법을 결합한 새로운 추천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유통 혁명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업체에는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은 유통업체에게 새로운 기회, 즉 새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고객의 쇼핑 이력 정보에 대한 미래 가치는 측정 불가능할 정도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유통시장의 승패는 고객 빅데이터를 누가 먼저 그리고 효율적으로 분석해 고객에게 먼저 다가설 수 있는가로 결정될 것이다.

아마존의 성공을 이어 받을 누군가를 인터넷 쇼핑 시장에서는 기다라고 있다. 아마존이 연내 국내에 들어온다는 뉴스가 최근에 보도됐다. 국내 인터넷 쇼핑 시장, 나아가 국내 유통 시장 전체에 도전이자 기회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 중심에 빅데이터가 자리 잡고 있다. 결국 데이터를 선점하는 자가 승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