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씨(34·서울 용산구 동자동)는 지난 23일 조선비즈 협조 요청에 따라 쇼핑중독 자가진단표를 작성하고 전문의 상담까지 받았다. 유씨는 “쇼핑을 좋아하지만 소득 한도 내에서 구매했으므로 난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단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유씨의 자가진단표(아래 도표 참조) 점수는 43점이었다. 자가진단 결과 42.2점이 넘으면 쇼핑중독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유씨는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쇼핑중독 여부에 대해 상담했다. 상담결과 전문의는 “중독이 아직 심각하지 않지만 경계선상에 있다”고 진단했다.

자가진단표만으로 쇼핑중독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아래 표는 프랑스 ‘소비자 정책’ 저널의 ‘강박구매의 개념과 측정 방법’에 나온 자기진단표다. 42.2점이 넘으면 충동구매자로 분류된다. 다만 쇼핑중독 여부를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에 국내 최고의 정신과 전문의 4명(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쇼핑중독의 원인과 자기진단법에 대해 물었다.

강박구매의 개념과 측정 자가지단표


내성·금단·갈망·경제적 타격 등 있으면 '쇼핑중독'

지난해 캐나다 정신의학 저널에 발표된 ‘행위중독의 현상학과 치료’ 논문에 따르면 강박 구매 행동은 보통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나타난다. 일부는 30대에 발병하기도 한다. 쇼핑중독자 80~95%가 여성이다. 이중 상당수는 우울증, 불안장애, 기분장애 등 정신질환을 갖고 있었다.

정신과 전문의는 다음 5~6개 항목 중 2~3개에 해당하면 쇼핑중독으로 분류한다.

첫째 항목은 내성이다. 예컨대 지갑 1개를 사도 기분이 좋았으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여러개 산다거나 지갑에 만족하지 않고 구두, 가방 등 고가 물건을 구매하면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 윤대현 교수는 “내성은 중독의 핵심이다. 쇼핑하지 않으면 힘들다거나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하다면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는 금단현상이다. 쇼핑하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괴롭거나 빚을 내서라도 사야 한다면 위험수위다. 홍진표 교수는 “쇼핑 행위를 회피하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3번 이상 쇼핑 행위를 반복하면 중독이다”고 말했다.

◆ 회사 업무에 지장·죄책감 느끼면서도 조절 불가능하면 전문의 찾아야

셋째는 갈망이다. 남이 소비하는 상품을 사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으면 중독일 가능성이 크다. 남궁기 교수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PPL(영화, 드라마 등에 특정 제품의 출현 배치) 상품을 반드시 사고 싶은 충동은 일종의 중독 증세다”고 밝혔다.

넷째 과다 소비다. 자기 재산이나 소득으로 감당하기 힘들만큼 물건을 자주 많이 사거나 쇼핑 시간이 당초 의도보다 길면 중독으로 봐야 한다. 홍진표 교수는 “광고나 홈쇼핑을 보고 필요할 것 같아 물건을 사는 건 정상이지만 정도가 심해져 가정이나 재정에 문제가 생겼을 땐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섯째는 조절기능이다. 예컨대 백화점에 가서 구매 충동을 참을 수 있느냐다. 중독자는 자극에 노출되면 조절이 어렵고 흥분한다. 알코올 중독자가 양조장에 갔을 때와 같다. 김대진 교수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으면 대개 물품 구입을 포기하는데 중독자는 조절 능력이 약해져 불안 증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충동구매와 쇼핑집착 탓에 고통을 받느냐다. 직장, 재정, 시간 관리에 문제가 생기면 중독일 가능성이 크다. 소셜커머스(전자상거래의 한 종류)를 하루종일 둘러보느라 회사 일에는 관심이 없다거나 전세 보증금까지 빼서 물건을 산다든지, 쓰지 않는 물건이 많아 가족의 불만을 듣는다면 중독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