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무깟디마'라는 책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59)은 뜻밖의 책 이야기를 꺼냈다. "베두인 문명과 이슬람 왕조의 단계별 특징, 사회 문화를 토대로 이슬람 역사를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고전이예요. 저자가 14세기 역사학자인데, 당시 이슬람 도시에 대한 분석이나 상업 분야에 대한 설명은 지금 읽어도 설득력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발음조차 쉽지 않은 무깟디마는 이슬람 고전 역사서다. 튀니지 역사학자 이븐 칼둔이 이슬람 문화를 중심으로 북서아프리카 문명사에 대해 쓴 책.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30년 공직 생활 동안 틈틈이 읽은 양서들이 든든한 지지대가 됐다고 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추천도서로 아담스미스의‘국부론’을첫손에꼽았다.“ 경제분야에선 국부론같은 고전을 섭렵해 튼튼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 원장은 30년 공직 생활 동안 재무부(옛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세계은행 같은 굵직굵직한 국내외 부처를 두루 거쳤다. 그런 중에 틈틈이 읽은 양서들이 든든한 지지대가 됐다고 했다. 평소 읽는 책의 7~8할은 경제·금융 관련 분야라고 했다.

최 원장은 무깟디마에 대해서도 "중동 국가들과 금융 협력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아부다비와 두바이 등을 방문하면서 알게 된 책"이라며 "그 지역의 금융·경제체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 근간인 이슬람 문화와 역사를 먼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사상 첫 내부 승진 원장 기록을 세운 그에게 책은 지식을 얻는 수단 그 이상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인간관계를 솔직하게 풀어가는 게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판단하고 그 관계를 풀어내야 할지에 대한 지혜를 독서에서 얻습니다."

독서 취향을 분류하자면, 최 원장은 고전(古典)파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추천도서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첫 손에 꼽았다. "경제 분야에선 국부론 같은 고전을 섭렵해 튼튼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학의 기초를 다진 다음엔 현대 경제 체계의 특징이나 금융시장의 흐름을 짚어주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최 원장은 조언했다.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에드워드 챈슬러가 쓴 '금융투기의 역사'와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하일브로너와 윌리엄 밀버그가 공동 집필한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추천했다.

그의 독서 편력은 경제학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 외에도 인문학 분야의 책을 두루두루 다양하게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했다. 최 원장은 그 중에서도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이 담긴 역사서를 선호한다"고 했다. '손자병법'과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교수의 '시빌라이제이션'을 또다른 추천서로 꼽은 이유다.

최 원장은 "역사적인 맥락을 잘 정리해주거나 여러 현상과 특징을 하나의 체계로 분석해준 책을 선호한다"며 "특정한 분야를 깊게 다룬 책을 주로 읽는다"고 했다. 요즘 책들에 대해서는 "호흡이 짧은 책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침 6시부터 시작되는 금융감독기관장의 업무 탓에 마음껏 책 읽을 시간이 없는 점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업무 관련 보고서와 자료가 든 그의 가방 한 켠엔 e북(전자책)이 담긴 태블릿PC가 빠지지 않는다. "주중에는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여유가 생기면 틈틈이 e북을 읽고, 주말에는 따로 독서 시간을 정해두고 평소에 관심 있게 봐 둔 책을 읽습니다." 최 원장은 "바쁜 일정 때문에 온라인서점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지만 서점에서 신간을 훑어보고 읽을 책을 고르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