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민족 대이동인 설 연휴를 앞두고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5일 경기 화성 시화호의 철새 분변에서도 AI H5N8형이 검출됐다. 이번 유행 중인 AI H5N8형은 17일 전북 고창의 오리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전북 부안의 오리, 전북 고창 동림저수지의 철새, 충남 서천 금강하구의 철새 등에 이어 충남 부여의 닭과 전남 해남의 오리까지 감염이 확인됐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봄부터 유행 중인 AI H7N9형에 감염된 환자가 올해 처음으로 수도 베이징에서도 발견됐다. 이 환자는 50대 남성으로 비둘기 고기를 먹은 뒤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올해에만 저장성 44명, 광둥성 9명, 상해 8명 등 AI 감염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3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70대 노인이 신종플루로 불리는 H1N1형에 감염돼 사망하기도 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플루에 이어 또 다른 ‘킬러플루’가 등장한다면 AI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해 왔다. 김 교수를 만나 사람도 AI에 감염될 수 있는지 물어봤다. 김 교수는 2003년 사스, 2004년 AI, 2009년 신종플루 등 국내에 전염병이 대유행할 때마다 국가적 공중보건 대책에 자문을 해온 최고의 바이러스 분야 전문가다. 그는 신종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한 범부처 사업단장도 맡고 있다.

-AI는 무엇인가.
"원래는 조류에서 발생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철새와 같은 야생조류나 오리와 같은 가금류에서 발생한다. 철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갖고 있다. 그러나 보통은 철새에서 거의 증상이 없다. 새는 인류보다 오래 살았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공존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가 가금(家禽·집에서 기르는 날짐승)류에 옮겨졌다가 사람에게 옮겨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사람도 AI에 감염될 수 있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체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1997년 이전까지는 불문율이었다. 새와 사람 사이에는 바이러스가 옮겨질 수 없는 종간 벽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1997년 처음으로 홍콩에서 18명이 고병원성 AI A형 H5N1에 감염됐고 이 중 6명이 사망하면서 전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AI가 사람에게 유행한 것은 언제인가.
"1997년 홍콩 첫 사례에 이어 1999년 홍콩에서 AI A형 H9N2와 2003년 네덜란드에서 AI A형 H7N7이 사람에게 직접 감염을 일으켰다. 또 2003년 12월부터 가금류에서 시작된 고병원성 AI A형 H5N1이 전례 없이 동남아시아에서 대규모로 유행하면서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다수의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다. 감염자는 주로 감염된 생닭이나 오리에 노출된 사람들이었다. H5N1형의 경우, 무려 59%의 치사율을 보였다. 통상적인 계절성 독감의 사망률이 0.1%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고병원성이다. 최근 중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H7N9형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 말까지 감염자 137명 중 45명이 사망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H5N8은 아직까지는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킨 적이 없다."

-최근 중국에서 사망자를 내고 있는 AI H7N9형이 국내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은.
"지난해 중국으로 여행갔던 대만인도 감염됐었다. 많은 한국인이 중국으로 여행을 다녀오는데, 우리도 감염된 중국인이나 한국인이 들어올 수 있어 감염 관리를 철처지 해야 한다."

전북 고창과 부안에서 잇따라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한 가운데 20일 충남 천안시 풍세면의 한 오리, 닭 사육장에서 방역 담당자가 출입하는 차를 소독하고 있다.

-AI의 H5N1형, H5N8형, H7N9형 등의 유형은 무엇인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의 3가지 항원형으로 나뉜다. 이 중 A형과 B형에서 주로 유행성 독감이 발생한다. A형은 사람과 동물에서, B형은 사람 간에 질병을 일으킨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니다제(N)의 두 단백질 구조에 따라 구분한다. 대개 H항원은 0~16, N항원은 0~9까지 구분한다."

-같은 AI라도 유형에 따라 크게 다른가.
"모두 조류에서 옮겨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H5N1형의 경우, 오리에서는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지만 닭에서는 고병원성으로 100% 폐사했다. 사람에서는 약 60%의 치사율을 보였다. H7N9형은 오리나 닭에서는 증상이 없고, 사람에서만 증상을 일으켰다. 생닭을 사다가 조리한 사람 등이 감염됐고, 이 중 30%의 치사율을 보였다. H5N8형은 오리와 철새, 닭에서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사람 감염 사례는 없다. 이처럼 AI 바이러스도 아형에 따라 전혀 다른 성질을 보인다."

-사람은 이번에 발생한 AI H5N8형에서 안전하다는 뜻인가.
"아직 H5N8형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다. 막 시작된 것이어서 연구가 필요하다. 유전자 염기 서열을 분석하고,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력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쥐라든가, 사람 인플루엔자와 유사한 족제비를 통해 인체 감염 여부를 시험해볼 수 있겠다. 아직 인체 감염 증거는 없지만 충분히 변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래는 알 수 없다."

-AI에 감염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발병하는 급성 호흡기 질환을 독감이라고 부르는데, 200여종의 바이러스와 세균으로 발병하는 감기와는 차이가 있다. 증상은 감기처럼 고열과 콧물 등이 있지만 정도가 심하고 전염성이 강하다. 고병원성 AI A형 H5N1 바이러스의 경우, 환자는 감염된 수일 이후 폐렴이 나타났다가 호흡부전으로 진행돼 사망률이 높았다. 감염 환자에게는 타미플루나 리렌자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치료한다. 이번 국내에서 살처분에 동원된 관계자 등에게는 예방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했다."

-AI가 대유행(판데믹·pandemic)을 일으킬 수 있나.
"인플루엔자 대유행은 새로운 항원 아형을 획득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전세계적 유행을 일으켜 수천, 수만명의 높은 사망률을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아직 AI가 직접 대유행을 일으킨 적은 없다. 기존에는 사람 인플루엔자와 AI가 섞여 대유행을 일으킨 것들이었다. 예컨대 1957년 아시아독감은 인플루엔자 A형 H2N2 바이러스로, 조류에서 유래된 3가지의 새로운 유전자 절편(PB1, HA, NA)을 갖고 있었다. 1968년 홍콩독감은 인플루엔자 A형 H3N2 바이러스로, 인플루엔자 A형 H2N2 바이러스와 조류 H3 아형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재편성된 결과였다."

-왜 AI가 킬러플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나.
"유전자 절편 8가지와 항원 2가지가 섞여서 여러 경우의 수가 나타날 수 있다. 변신술의 귀재라고 할 만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형이 많기 때문에 위험성은 무궁무진할 수 있다. 그만큼 대응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AI는 어떤 경로로 전파되나.
"닭, 칠면조와 같은 가금류는 AI에 감수성이 있기 때문에 감염되기 쉽다. 철새와 같은 야생조류는 저항성을 갖고 있지만 AI에 오염된 조류의 호흡기분비물과 대변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병원성이 약한 바이러스가 가금류 간에 전염되면서 병원성이 강한 바이러스로 바뀐다. 이들이 주로 오염된 먼지, 물, 분변, 사람의 옷과 신발, 차량, 장비, 달걀 등에 묻어 전파된다. 조류독감에 감염된 청둥오리 등 야생조류가 닭이나 사육 오리와 접촉하거나 분변을 배설해 전파한다."

-AI에 앞으로도 계속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AI는 사람과 조류 공통 전염병의 하나로, 사람뿐 아니라 조류에서도 감염을 일으켜 가금류의 집단 폐사를 초래한다. 특히 조류와 사람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재배열돼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으로 이어지면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1997년 홍콩에서 AI A형 H1N1 바이러스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중간 매개 숙주의 경유 없이 종간 벽을 뚫고 사람에게 직접 감염된 것처럼 말이다. AI는 언제든지 또 다른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발생 기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AI가 유행할 때 오리고기와 닭고기를 먹어도 되는지.
"AI가 발생한 농장 뿐만 아니라 3㎞ 이내의 닭이나 오리, 달걀은 전부 폐기된다. 3~10㎞ 사이의 가금류와 그 생산물도 이동통제를 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이 오염원과 접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닭이나 오리 도축장에서 검사를 하기 때문에 건강한 개체만 유통된다. 홍콩 등에서도 오리고기나 닭고기, 달걀을 먹어서 AI에 감염됐다는 보고는 없다. 위험지역의 동물시장이나 가금류 농장 방문을 피하고, 충분히 익혀 먹으면 괜찮다."

-국내에서 이번 AI H5N8형은 언제까지 유행을 일으킬까.
"축산 전문가는 아니어서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우리나라가 AI를 겪었던 2003~2004년, 2006년, 2008년, 2010년 등 4차례 사례에 비춰보면 늦어도 5월까지는 조심해야 한다. 봄이 되면 철새가 떠나고, 여름이 되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떨어진다. 현 상황에서 차분하게 최선을 다해 대응하는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