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에너지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EMS(에너지 관리 시스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되파는 ESS(에너지 저장 장치), 백열전구보다 에너지 소모가 5분의 1 수준인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지난 14일 정부가 확정한 '제2차 에너지 기본 계획'에 따라 본격적으로 보급될 에너지 관련 제품이다. 2035년까지 추진될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비전을 담은 2차 기본 계획은 '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에너지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새로운 에너지 시장이 등장하는 것이다.

ICT로 에너지 수요 관리

ESS는 2020년까지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며 보급이 늘어날 전망이다. ESS는 전기를 저장하는 대형 배터리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송배전 설비를 통해 수요처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전기가 가장 필요한 장소에, 가장 필요한 시간에 딱 맞게 전기를 공급하는 데 유용하다. 우선 대형 건물,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ESS 설치가 보편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2015년까지 ESS 설치 규모를 중소형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 1기 규모인 20만~30만㎾(킬로와트)까지 늘리기로 했다.

그래픽=오어진 기자<br>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에선 쓰임이 적던 ICT(정보·통신기술)가 본격적으로 활용됨을 뜻한다.

대형 빌딩과 공장 등엔 EMS도 잇따라 도입된다. EMS는 전자제품, 보일러 등 각종 에너지 기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뒤 사용 현황을 분석해 가장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이 EMS를 설치하면 관련 비용에 대해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대전에 있는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독일 IBC솔라에 납품하는 가정용 ESS(에너지 저장 장치)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지하철·터널·여객터미널 등의 136만개에 달하는 조명은 LED(발광다이오드) 전구로 바뀐다. 공공기관은 2020년까지 모든 조명을 LED로 교체하고, 민간 건축물도 지하 주차장 등에는 무조건 LED 조명을 달아야 한다.

가전제품의 모터를 제어해 최대 30%까지 전기 소비를 줄이는 인버터, 제품마다 에너지 이용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플러그 등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ESS·EMS를 통해 줄인 전기 등을 거래하는 수요관리자원 시장도 활발해진다.

곳곳마다 발전소 건설

원자력 발전소와 석탄 화력 발전소의 추가 건설이 어려워지면서, 주거지 등 전기를 쓰는 곳 근처에 발전소를 세우는 분산형 전원도 활성화된다. 동해안의 원전(原電) 단지, 서해안의 화전(火電) 단지에서 대규모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 등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빚어졌던 송전탑 문제와 같은 갈등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형 공장과 산업 단지 등은 자체 발전기 설치에 나설 전망이다. 포스코는 이미 원전 3기에 달하는 290만㎾ 설비를 갖추고 전체 전력 사용량 중 70%를 내부에서 해결하고 있다. 전기료가 점차 오르면 다른 기업도 폐열 등을 이용한 자체 발전 설비를 갖출 것으로 예상한다.

신도시 등에서 활발하게 운영 중인 집단에너지 사업도 열병합발전소 건설 등을 통해 확산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도 곳곳에 들어선다. 개별 에너지원 별로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태양광, 풍력, ESS 등을 묶은 신재생 단지가 조성된다.

3년 뒤엔 9000억 시장

에너지 시장의 변화로 혜택을 입을 기업도 상당수 있다. 이미 ESS분야에는 세계 2차전지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LG화학·삼성SDI 등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파이크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ESS시장은 2010년 2조원에서 2020년 47조원, 2030년 120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만 해도 2017년엔 9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EMS 시장에선 KT·SK텔레콤 등 대·중소기업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L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시장규모는 지난해 2590억원에서 2017년 8535억원, 2020년 1조4942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ICT 수요관리의 핵심 아이템이란 평가 속에 높은 성장세가 기대된다.

ESS(Energy Storage System)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공급하는 에너지 저장 장치를 뜻한다.

EMS(Energy Management System)

에너지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계측한 뒤 분석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다.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 기술의 영문 약자로, 정보를 가공·처리하는 정보 기술과 유·무선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을 합친 용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