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처음 미국에서 인턴을 구할 때 IB(Investment Bank·투자금융)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 동문 데이터베이스를 뒤져 500명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그 중 세 곳에서만 연락이 왔어요. 그리고 결국 한 곳에서만 ‘오퍼’를 받았죠. 또 제가 원하는 IB의 애널리스트를 만나기 위해 인디애나에서 뉴욕까지 비행기 타고 가서 그 분과 커피 한잔 마시고 바로 돌아온 적도 있어요”

올해 7월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에 입사 예정인 김선빈씨

미국인도 취업이 어렵다고 하는 IB은행 취업에 성공한 한국인이 있다. 김선빈(27·사진)씨는 시민권과 영주권이 없는 유학생 신분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에 합격, 오는 7월말 입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11일 만난 김씨는 인턴 경험을 통해 실무 능력을 많이 쌓은 것이 합격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IB에서는 나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실력만 있으면 주어지는 업무와 책임감이 동등하다”면서 “20대 중반에 느끼기 힘든 책임감을 느낀 것이 실제 면접에서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토종 한국인으로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2007년 인디애나 대학에 입학해 금융과 회계를 전공한 김씨는 3학년 졸업 후 미국과 한국 IB 회사에서 인턴 경험을 쌓았고 2012년 12월 해병대 전역 후 다시 인턴 생활을 했다. 이제 마지막 학기를 마친 후 올해 5월초에 졸업 할 예정이다.

다이와증권코리아에서 인턴하던 시절 김씨는 ING생명(ING Life Insurance Korea)매각과 관련한 2조짜리 협상에도 참여해봤고 동양매직 매각과 관련한 과정에도 참여했다. 또 동양매직 건과 관련해서는 금융 모델, 산업 현황, 회사의 가치 평가 등을 자신이 직접 분석해 만든 파워포인트가 실제 고객 미팅에 그대로 들어가 실무 능력이 한 단계 올라가는 계기가 됐다.

김씨는 “외국인으로서 현지 취업준비생보다 더 특화시켜야하는 점이 바로 문화적, 언어적 간극을 줄이는 일”이라면서 “하루에 16-18시간씩 일하는 IB산업의 특성상 인사담당자는 ‘이 친구와 긴 시간 즐겁게 일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지원자를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평소에 경제가 흘러가는 큰 그림을 보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어떤 협상에 어떤 회사가 참여했고, 가격은 얼마고 또 어떤 회사가 자문을 했다’는 단편적인 사실을 넘어 ‘이 협상이 왜 일어났고,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을지 또 이 산업은 이러 이러한 트렌드 때문에 뜬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한국 학생과 외국 학생이 동등한 실력이라면 대부분 한국 학생을 뽑으려 하듯,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지 학생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해요. 실전에 투입됐을 때 바로 일할 수 있을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