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중기 균형재정 기조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수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는 민간의 과다한 부채를 꼽았고, 경기 회복세가 완만함에도 내수가 취약해 올해에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완만히 저평가 돼있다고 진단했다. 환율 시장 개입은 시장이 무질서할 때 미세조정하는 수준에 국한돼야 하고, 환시 개입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외환 당국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봤다.

IMF는 22일(현지시각) 한국에 대한 '2013년 연례 협의'(Article IV Consultation) 평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IMF는 당초에는 우리나라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적자재정을 편성해야 한다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오는 2017년까지 관리재정수지를 균형 수준(±0.3~±0.5%)으로 개선한다는 목표 하에 국가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중반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부채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여 재정이 경기활성화에 적극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오갔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대다수의 IMF 이사들은 한국의 빠른 고령화, (공기업 채무 등) 우발 채무, 지정학적 위험을 감안해 중기 균형재정 회복 노력을 지지하기로 했다. 단 한국의 재정 규율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은 드물지만, 구조적 재정 프레임워크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IMF는 한국의 경제 회복세가 완만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내수가 상대적으로 취약해 국내총생산(GDP) 갭이 올해에도 음(-) 영역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실질 경제성장률이 잠재 경제성장률에 못 미치는 상황이 지속된다는 것으로 수요가 여전히 부진하다는 뜻이다. IMF는 "경기 회복세가 확고히 자리잡을 때까지 통화, 재정정책 기조는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도록 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7%로 유지했다.

내수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는 민간의 과도한 가계 부채(private debt overhang)를 꼽았고, 이로 인해 가계 차입 축소(deleveraging), 소득 감소가 뒤따를 것으로 봤다. 또 인구 고령화도 위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외부 위험 요인으로는 주요 교역국 등의 급격한 성장세 후퇴, 시장 상황 급변 등을 언급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보고서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IMF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늘며 환율 절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원화는 실효 환율 관점에서 완만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다수의 이사는 외환당국이 환율 개입의 투명성을 높여야 환율 정책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원화 환율을 시장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개입이 시장 상황이 무질서할 때만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IMF는 한국이 내수를 다지기 위한 정책과 함께 원화를 경제 기초체력에 맞게 움직이도록 하면 경제 불균형 해소를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보유액 수준에 대해서는 “적정하며 추가적인 축적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과거 위기 시 외환보유액이 강력한 완충장치 역할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속단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IMF는 한국 정부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와 이 시장의 이중구조 개선, 정부 개입 축소, 서비스업 생산성 향상,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금융 부문은 전반적으로 건전하지만 은행 수익 감소, 취약한 가계 및 기업의 부채, 비예금수취기관의 영역 확대 등은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