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뉴질랜드 최대 도시 오클랜드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30분쯤 달리자 거대한 사슴 농장이 나타났다. 모자를 쓴 채 농장 한쪽에서 사슴 뿔을 자르고 있는 농부는 올해 열아홉 살인 그레이든 쇼 투미(Shaw Toomey)였다. 앳돼 보이는 쇼 투미는 양(羊)을 키우는 농장을 갖고 싶은 포부를 갖고 있다.

일찌감치 농업을 평생의 업(業)으로 삼기로 마음먹은 쇼 투미는 고등학교 2학년까지 마친 뒤 농업전문학교로 옮겨 1년을 더 배우고 학업을 마쳤다. 그는 작년 11월부터 사슴 농장에서 시급 16뉴질랜드달러(1만4000원)를 받고 농부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쇼 투미는 "친구들이 왜 힘든 농사를 하느냐고 묻지만, 농부도 노력에 따라 큰 부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고민 없이 농부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활짝 웃었다.

일본의 농업 테마파크 직원 평균 연령 32세

쇼 투미 경우처럼 뉴질랜드·네덜란드·일본 등 농업 선진국에서는 농업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젊은이가 많다.

뉴질랜드의 농업전문학교인 타라타히 스쿨을 졸업하고 농부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레이든 쇼 투미(19)가 농장 일을 마친 뒤 트랙터를 타고 귀가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찾아간 일본 미에현의 거대한 농업테마파크인 모쿠모쿠 팜에는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모쿠모쿠 팜은 15ha(4만5000평)의 농장 안에 딸기·버섯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와 함께 농축산물 직판장, 소시지·햄 만들기 체험장, 레스토랑, 카페, 맥주 공방, 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다. 이런 시설을 갖추고 갖가지 농업 연관 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70억엔(약 710억원)에 달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1000여명의 평균 나이는 32세에 불과하다. 한 해 채용하는 인원은 15명 정도인데 일본 전역에서 300~500명의 지원자가 몰려온다. 과장급 연봉은 400만~500만엔 정도로 지방 중소기업보다 높은 수준이다. 기무라 오사무(木村修) 대표는 "젊은이들이 체계적으로 농업을 배울 수 있는 데다, 월급이 안정적으로 나오니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네덜란드, 청년 농업 전문가 육성

뉴질랜드에서는 낙농 전문가를 길러내는 농업전문학교인 타라타히(Taratahi) 스쿨이 전국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뉴질랜드 북섬 웰링턴 인근에 있는 타라타히 스쿨에서는 목장에서 울타리 치는 법과 양털을 깎는 요령 등 철저히 실무를 가르친다. 이 학교에서는 3000마리에 달하는 양·젖소를 120명의 학생이 직접 키워 수익을 낸다. 학비를 정부에서 제공하는 이 학교는 농부가 되고 싶어 하는 고교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근처에 자리한 종자회사인 라직 쥬안(Rijk Zwaan)은 젊은 학생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종자 분야에서 세계 7위의 글로벌 농업회사인 라직 쥬안은 매년 10월이면 인근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에게 회사를 개방하는 '오픈 데이'라는 행사를 연다. 행사에 참가하면 이 회사의 연구개발 시설을 체험해볼 수 있고, 인턴사원 프로그램 안내도 받을 수 있다. 이런 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이 회사를 찾아오는 청년들은 매년 1000명을 상회한다. 매년 채용하는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이런 회사 방문 프로그램을 거친 경우다. 얀 돌더슨 마케팅 담당 이사는 "우리 회사의 임금 수준이 정보통신(IT) 산업과 비슷한 수준이며 해외 근무 기회도 많아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들 '청년농업시대' 준비 중

선진국에서는 농업을 미래성장 산업으로 보고, 청년 인력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EU(유럽연합) 회원국끼리 합의한 '2014~2020년 공동농업정책(CAP)'은 과거와 달리 청년 농가 지원에 상당한 예산을 할애한다는 게 핵심이다. 미래의 농업 일꾼을 육성하자는 취지다.

미국에서는 주(州)별로 청소년들이 농업에 친숙해지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시행하는 '쿨 애그(Ag's cool)' 캠페인이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이 주(州)정부의 지원을 받아 초·중·고생들에게 각종 농업 활동에 참여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미래 세대가 농업을 '쿨(cool ·매력적)'하게 생각하도록 해서 신(新)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