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실적이 나빠진다고 해도 삼성전자 주식을 다 팔아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최근 국내 증시의 대표선수인 삼성전자를 두고 펀드매니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실적 둔화 우려로 삼성전자 주가 흐름이 부진하기 때문입니다. 고성장을 이끌던 스마트폰 부문이 예전과 같은 성적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140만원대에 머물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27일 130만원대로 주저앉았고, 새해 들어서는 120만원~130만원을 오가고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들도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팔았습니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3일까지 10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습니다. 지난 14일에는 잠깐 순매수로 돌아섰다가, 15일에는 다시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펀드매니저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무작정 계속 팔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현 시가총액 191조6360억원(16일 종가 기준)입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3%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인 현대차(5.2%, 51조3244억원)와 격차가 큽니다.

보통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 펀드의 성과를 평가할 때 벤치마크(기준) 지수보다 얼마나 더 수익률이 좋았는지를 봅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코스피지수나 코스피200(유가증권시장에서 각 업종을 대표하는 종목 200개를 뽑아서 산출한 지수)가 보통 벤치마크가 됩니다. 대다수 펀드매니저가 증시 흐름을 어느정도 따라가면서 초과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유가증권시장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시장 흐름을 따라잡는 것이 매우 어려운 셈입니다.

삼성전자를 대체할 만한 주식이 없는 것도 이유로 꼽습니다. 외국계 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를 팔고 대신 주식을 살 만한 기업은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미국 기업 정도”라며 “한국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의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국내에도 우량 IT 기업이 여럿 있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ㆍ모바일ㆍTV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단일 분야에 강점이 있는 이들 기업과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만약 대외 변수로 한국 증시가 출렁이고 삼성전자 주가 역시 급락한다면 어떨까요? 펀드매니저들은 당장의 손절매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타이밍을 보고 삼성전자 주식을 다시 사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한국 증시의 든든한 대들보였습니다. 시총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르니까 코스피지수 역시 같이 오르며 수혜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삼성전자가 감기에 걸리자 코스피지수 역시 같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문사의 한 대표는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올라가면서 한국 증시 역시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삼성전자를 뺀 다른 기업들이 얼마나 선전을 펼치는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