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세계적 학술지인 영국의 네이처에 이어 불과 하루 뒤 미국의 사이언스지가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에 휘말렸던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사진)의 근황을 담은 기사를 연이어 실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학계는 물론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두 거대 학술지가 하루 간격으로 황 교수의 근황을 다룬 기사를 실은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사이언스는 16일 ‘조작사건 그후, 한국 복제 전문가 만회할 기회를 찾고 있다’는 제목의 인터넷판 기사를 내고 “황 전 교수가 역사상 최악의 과학사기 사건 가운데 하나에 핵심 관련자로 연루돼 서울대 교수직에서 해임된지 8년이 지난 지금 다른 연구자들도 부러워할 위치에 서 있다”고 보도했다.

사이언스는 “황 전 교수가 논문 데이터 조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지금은 비영리 연구소인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 40명의 연구자를 이끌고 있으며 연간 400만달러의 연구비를 쓰며 논문을 꾸준히 내고 있다”며 “한국 경찰은 물론 전세계 개 애호가와들이 그의 복제 기술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언스는 또 “수암연구소가 멸종위기종과 개축 품종 개량을 위해 복제기술을 제공하고 있다”며 “황 전 교수가 언젠가 다시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재개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이언스는 또 “누구나 결점이 있고 완벽하지 않다. 누구나 다시 만회할 기회를 가질만 하다”는 미국 줄기세포 연구자인 조지 데일리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의 말도 전했다.

앞서 네이처는 이달 15일 ‘복제의 재기’라는 온라인판 특집 기사에서 황 교수의 복제견 연구를 비롯한 최근 근황을 소개했다. 네이처는 “황 전 교수가 논문 조작사건에 휘말려 교수직을 물러났지만 부동의 지지층이 모아준 금전적인 기반으로 2006년 수암연구소를 연뒤 신약 개발과 알츠하이머 및 당뇨병 치료, 이식수술용 장기 제공, 멸종위기종 복원과 애완동물 소유자를 위한 연구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두 매체는 작년 12월쯤 이번 기사를 위해 수암연구소를 직접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교수는 10년전인 2004년 2월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면서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잇달아 논문을 게재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06년 이들 논문의 데이터가 조작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두 학술지의 이번 보도에 대해 과학계는 다소 의아해하고 있다.

국내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하루걸러 왜 이런 기사를 실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황 전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이 과학계에 워낙 큰 악영향을 미쳤고 이후로도 생명과학 분야 연구계에서 끊임없는 논문조작 사건이 불거지는 있는 상황에서 다시 황 교수 띄우기를 해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학술적 성과를 위주로 보도하는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황 전 교수가 지지층의 후원으로 지금은 아주 좋은 여건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며 일일이 상황을 나열한 방식 자체가 지금까지 거의 없었던 매우 이례적인 보도 태도라는 견해도 나온다.

국내 사립대 이과대 한 교수는 “두 학술지 뉴스 기사를 살펴보면 황 전 교수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반영해 줬다”며 “국내 과학계의 이후 상황을 함께 전하거나 국내 다른 과학자들의 평가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균형감을 잃었다”고 말했다.

과학계의 한 원로는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세계 과학계에서 큰 사기극을 벌인 학자가 채 10년도 되지 않아 열렬한 지지자들의 도움으로 재기에 나선 웃지 못할 상황에 대해 풍자적으로 소개한 것 같다”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이지만 매우 불쾌한 보도 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