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서울 덕성여대에서 열렸던 '2013 여성인재 채용박람회'

경기회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미국도 대졸자 취업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현지시각) “대학 졸업자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취업이 어려우니 일시적으로 커피 전문점이나 바텐더, 마트 종업원과 같은 임시직에 근무하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썼다.

대부분의 졸업자들은 아르바이트나 임시직, 인턴 등 허드렛일을 하며 청춘을 보낸다. 미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2~27세 대졸 구직자 중에서 학사 자격이 필요없는 일에 종사하는 비중은 2001년 34%였지만 지난 2012년 44%로 10%포인트 높아졌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이 비율이 56%에 달했다.

WSJ은 앞으로도 대졸자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 전망했다. 직업에도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전통적인 사무직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 들고 있다. 고도의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아예 4년제 학위가 필요 없는 일로 나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웬만한 일은 다 기계가 처리하게 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전문직으로 나름 손꼽히는 전기 기술자나 기계공, 치위생사와 같은 실용적인 부문은 굳이 4년제 학위가 없어도 되는 일이다. 반면 집약된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는 대졸 이상의 학위나 관련 업계의 경력이 필요하다.

하버드대의 로렌츠 카츠 교수는 “집약된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이 좋은 일자리를 얻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대졸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든다. 전날 대한상공회의소와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공동으로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대졸 신입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322곳 중 24.5%인 79개가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330개사 중 42개(12.7%)가 미확정이라 대답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500대 기업 가운데 채용계획을 확정한 기업은 243곳으로, 채용 예정 인원은 3만902명이다. 이는 지난해 채용했던 3만1372명보다 1.5% 감소한 수치다. 기업들은 대졸 취업을 늘리지 못한 이유로 경기 불확실성을 꼽고 있다.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기업들이 경기회복을 확신하지 못해 채용 계획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용 계획을 내놓는 기업들은 실무형 인재를 뽑는데 주력하고 있다. 스펙관리나 암기형 시험에 익숙한 사람보다는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대기업 중에선 삼성그룹이 올해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뜯어 고치겠다고 나섰다. 삼성 관계자는 “엔지니어를 뽑는데 정보처리 기술사 자격증이 왜 필요하겠느냐”며 “한 해 20만명씩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보게 하는 것도 삼성은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도 낭비”라고 말했다. 열린 채용을 하겠다는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삼성은 경진대회 수상이나 인턴십 활동, 직무와 관련된 자격증 소지자는 우대하겠다고 했다. 서류전형을 부활하되 학교나 학점, 영어점수 등을 잣대로 활용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서류는 이력서가 아닌 에세이 형식으로 본인이 원하는 분야에 취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가점 요인이다.

직무에 맞는 실무형 인재를 뽑겠다는 건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14일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한 한국수력원자력은 전공시험 대신 직무역량검사를 실시한다. 전공지식 외에 창의력과 직무능력, 상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인성검사도 심층인성검사로 바꾸고 역량기반 지원서를 도입해 스펙보다는 개인의 역량을 심층적으로 평가할 것”이라 말했다. 한수원은 신입사원을 선발하면 10개월간 인턴교육을 하며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실무와 이론 교육에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