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15일 대졸 신입사원 채용 제도 전면 개편을 결정한 것은 공채(公採) 시험을 둘러싼 과열 양상을 해소해 사회적 비효율을 줄이기 위함이다.

삼성은 1995년 '열린 채용' 제도를 도입하면서 입사 지원서를 제출한 모든 사람에게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응시 기회를 부여해 왔다. 하지만 최근 대학 졸업자의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삼성 입사를 위한 SSAT 응시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삼성그룹이 15일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대폭 변화를 주고 대학 총·학장 추천제를 도입하는 등 대졸 신입 사원 채용 제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삼성 입사 지원자들이 SSAT를 보고 나오는 모습. 당일 전국 83개 고사장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 시험을 치른 수험생만 10만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시중 서점가엔 SSAT 수험서만 지금까지 300종 넘게 나와 있고 SSAT 준비를 위한 '삼성고시' 대비 사설학원과 캠퍼스 특강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며 사교육 시장이 급팽창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은 "기존의 '열린 채용'과 '기회 균등 채용'의 철학과 정신을 그대로 살려 우수 인재 선발을 강화하면서도 사회적 부담과 비효율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채용 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류전형 도입으로 SSAT 응시자 축소

삼성의 이번 채용 제도 개편의 핵심은 'SSAT 응시 자격 제한'이다. 응시 자격에 사실상 제한이 없다 보니 대졸 공채에 지원자가 폭주하고 이에 따라 막대한 사회적 비효율은 물론 낙방자들 사이에 '반(反)삼성 정서'가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 취업 준비생이 지난해 SSAT 수험서 구입과 학원 등 사교육 시장과 대학 내 삼성입사 특강 등에 사용한 비용만 1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 입장에서도 응시자가 단기간에 폭증하면서 고사장 확보 등 SSAT 관리·감독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작년 10월 실시된 하반기 공채 SSAT 시험엔 전국 200여개 고사장에 10만명이 넘는 응시자가 몰렸다. 상반기를 합치면 지난해 전체로 20만명 넘는 인력이 SSAT에 응시했다. 2010년 7만명이던 응시자가 3년 사이 3배 가까이로 폭증한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해 고사장 대여료, 시험지 인쇄비, 시험감독관 경비 등 SSAT 실시를 위한 직·간접 비용으로 100억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런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1995년 폐지한 서류전형을 19년 만에 부활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지원서를 연중 상시(常時) 접수하는 대신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에게만 SSAT 응시 자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SSAT를 치른다.

이인용 사장은 "갈수록 전문·세분화되는 직무를 수행할 지원자를 심층·종합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서류전형을 추가하고 SSAT 의존도를 낮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총·학장 추천받은 5000여명에겐 서류전형 면제

삼성은 또 '찾아가는 열린 채용'과 '총·학장 추천제'를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이 두 제도를 거친 지원자에겐 서류전형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찾아가는 열린 채용'은 삼성에 입사한 학교 선배들이 전국 대학을 돌면서 현장에서 입사 희망자를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해 사전(事前)에 지원자를 뽑는 제도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역이나 권역별 30여개 거점 대학을 정해 연간 3차례 정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총·학장 추천제는 전국 200여개 4년제 대학 총·학장에게 삼성 지원자 추천을 부탁하는 제도다. 삼성은 총·학장으로부터 연간 5000여명 정도 추천을 받을 계획이다.

대학별 추천자 수는 대학 정원과 과거 삼성 입사자 수 등을 감안해 정할 방침이다. 삼성은 또 전체 대졸 공채 합격자 가운데 35%를 지방대 출신에게 할당하는 정책과 소외계층에서 합격자의 5%를 뽑는다는 정책도 유지할 계획이다.